안녕달 그림책
할아버지의 제안을 아버지가 실행한 결과가 메리다. 메리가 온 첫날 엄마를 찾으며 밤새 울었다. 메리가 자란 후 할아버지는 죽고 메리는 동네 떠돌이 개 사이에서 새끼를 갖는다. 할머니는 메리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새끼들을 지인과 나눈다. 마지막 새끼까지 집을 떠난 날, 메리는 밤새 운다. 이제 집에는 할머니와 메리만 남아 같은 밥상에서 음식을 먹는다. 그림체는 정겹고 따스하지만 이야기에 담긴 삶은 기구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메리는 세상 모든 개의 이름이기도 했다. 인간이 강제로 편입시킨 모든 짐승의 삶이거나 또는 짐승과 같은 대우를 당하는 인간의 삶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도로시에게 여러 번 읽어줬고 읽어줄 때마다 개 같은 삶이 안타까웠다. 예전에 아버지가 키우던 개들이 생각났다. 어떤 개는 동네 사람들을 물었고 어떤 개는 사라진 후 (동네 여기저기 놓았다는) 쥐약을 먹고 이름 모를 곳에서 죽었다는 풍문이 돌았고 어떤 개는 아버지 지인이 술에 취해 말을 걸다가 (경계하며 짖자) 때려죽였다. 아버지는 그날 내 앞에서 죽은 개 이야기를 하며 붉고 일그러진 얼굴로 오랫동안 울먹거렸다. 이후 아버지는 계속 개를 곁에 두었고 아버지 방식으로 많이 아꼈다. 나는 그 전에도 그랬지만 키울 때도 딱히 많은 애정을 주지 않았고 (물론 음식을 챙기고 배설물을 치우고 종종 산책을 다녔다) 집을 떠나 멀리 학교와 직장을 다니면서도 개를 비롯한 인간이 가까이 길들이는 동물들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옷이 찢어질 정도로 다리를 끌어안던 기억은 남아있다. 기억이 맞다면 그 개는 쥐를 잡아다 절반만 없애고 절반은 아침에 내가 발견했었다. 요즘도 거리에서 그때 키우던 개와 비슷한 개들을 본다. 이름을 기억한다. 메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메리를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르는 개이기도 하다. 같이 있으며 위로를 받거나 외로움을 지우거나 그런 기억은 없지만 아무래도 같이 지낸 시간이 다른 개보다 길어 그런가 싶다. 지금은 개를 비롯한 어떤 동물도 기르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