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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Jun 14. 2022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런던의 도시전설에 대하여

애드거 라이트 감독.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도시는 늘, 거대한 상징으로 기능한다. 상징은 무엇보다 장사가 되니까. 뭔가를 설명하기도 유용하다. 보통 꿈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 현 거주지에서 이동이 있어야 할 때, 도시는 그 자체로 꿈과 목적이 되기도 한다. 이동 자체를 거대한 변화로 정의하고 큰 의미를 부여하는 셈이다.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늘 상품화된다. 이 도시를 주인공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고 이 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가 연결된다.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시작하고 운영하고 연결하는 주체이지만 도시 브랜드의 상징성 앞에서는 부속품이자 이방인, 대체제이자 스쳐 지나는 무명의 오브제로 스스로를 낮춘다. 마케터와 미디어는 도시를 가시적으로 브랜딩하고 해당 도시에서 스타가 된 예술가들이 수많은 콘텐츠와 스토리를 만들어 내며 노출된 대다수는 전파하고 추앙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도시를 인생에서 한 번쯤 반드시 도착해야 할 천국으로 바이럴 한다. 수많은 충돌과 우연들이 엮여 역사가 되고 이조차도 거대 생명체로 진화하는 의미 있는 과정들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도시는 점점 엄청난 미스터리와 완성형 행복열매가 가득한 미지의 행성이 되고 공간과 장소, 공동체의 개념을 초월한다. 눈에 보이지만 다 해석할 수 없는 이상적 존재로 개인을 집어삼킨다. 희망이자 두려움, 새로운 시작점이자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미로가 된다. 신화가 창조되기까지 깔려 있던 수많은 어둠은 내부자들에 의해서만 수다의 소재가 되고 최초 방문자이자 외부인들에게는 하나의 테스트가 된다. 오래 살아남았다는 점이 명예와 권력이 되고 이를 위해 타인을 죽이고 다치게 했다는 점은 소문이 된다. 시골에서 꿈을 구겨 넣은 가방 하나 들고 찾아온 엘리(토마신 맥켄지)에게 런던은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환대하고 신데렐라 마차에 태우고 유리구두를 맞춰주며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라는 환상적인 도플갱어를 선사하지만 모두 원본 이미지를 위장하기 위한 필터에 불과했다. 성매매와 살인과 유령들이 가득한 런던의 어둠 속에서 엘리의 비명은 그칠 줄 몰랐다. 슈트 입은 짐승들이 밤마다 침을 흘리며 속삭이고 아무것도 몰랐던 엘리는 검게 물든 얼굴로 도망치기 바빴다. 런던에 온 걸 환영해. 도시의 일부가 불타오른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엘리는 언젠가 생존자의 지위를 얻고 자신이 겪은 이 끔찍한 도시전설을 런던의 신입생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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