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이름을 생략한) 결혼기념일 서신

2022.10.17

by 백승권

우린 최근 많은 일들을 겪었어.

아팠고 무서웠고 어둠 속에서

길 잃은 사람들 같았어.

그때마다 난 한없이 떨면서

네가 얼마나 내 몸을 마음을 시간을 삶을

장악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절감했어.

네가 없으면 나도 절대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공포에 짓눌리며 깨닫게 되었어.

불안하게 쿵쾅대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사지가 부들부들 거리는 걸 참으며

다시 계속 다시 깨달았어.

잊을 수 없는 두려움을 끌어안고

같이 이기며 살아가자.

오래오래 결혼 100주년까지 같이 있자.

더 노력할게.


202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