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와 함께
주말마다 우리는 여행자가 된다. 평일의 여행도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나는 집에 돌아와 허기를 채우고 바깥의 먼지를 벗는다. 남은 시간 동안 이야기와 놀이로 여행의 남은 시간을 덧입힌다. 집. 주말은 신난다. 전날부터 마지막날 수면 직전까지 우리의 여행은 쉴틈이 없다. 월화수목금 늦은 오후에 주로 포켓몬스터의 트레이너가 되어 대결을 펼치고 프리파라의 아이돌 공연을 따라 하고 넷플릭스 외계인들이 우주선과 지구를 오가며 특이한 문화를 경험하는 모습을 보며 자지러지고 팔을 온몸으로 감고 한쪽 어깨에 기대거나 배 위에 앉아서 신기한 스쿨버스를 보고 실바니안 패밀리의 파티를 같이 열고 세계 나라의 국기를 보고 이름을 맞히는 퀴즈 게임을 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주먹을 쥐고 펼치며 쌀보리를 하고 침대로 몸을 옮길 때 안겨서 내려오지 않고 불을 끈 후에도 어제의 꿈 이야기와 오늘 꿈에서 나타났으면 하는 장면들을 말하고 이불을 덮어주고 땀을 닦아준다. 주말은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내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놀 수 있다는 기대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거실, 복도, 침실, 소파, 욕실, 식탁과 책상 위 등 모든 곳이 놀이터가 된다. 체육관이 된다. 트랙이 된다. 경기장이 된다. 링이 되고 극장이 되고 무대가 되고 촬영지가 된다. 시간을 확인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채우고 이야기하고 접시를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밀고 침구를 털고 머리카락을 줍고 영단어와 문장을 외치고 그림을 그리고 글라스데코를 하고 편지를 쓰다가 보드게임을 한다. 비타민 젤리와 마누카 꿀을 먹고 때때로 물을 마시고 과자와 치즈, 주스로 간식을 먹기도 한다. 창밖을 보며 오가는 사람들과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두워지면 달의 위치를 가늠한다. 눈이 많이 오면 숲 속 아래로 짐승들이 내려온다는 이야길 나누고 오후를 지나며 느닷없이 책을 들고서 셋이서 어깨를 기대로 긴 쇼차에 쭈그려 앉아 각자의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에 몰두한다. 기이하게 여겨질 정도의 갑작스러운 침묵의 시간. 잠시 후 욕조에 물을 받는다. 인형과 장난감을 들고 풍부한 거품과 자욱한 온기 속에서 수영과 물장구, 수중전과 해전에 돌입한다. 수건으로 머리와 몸의 물기를 닦고 가운을 입히고 폴짝 안고서 로션과 속옷, 내복이 준비된 침대 위로 이동한다. 머리 물기를 위이잉 드라이한다. 그동안 도로시는 책을 읽는다. 머리를 빗고 따고 핀으로 잔머리를 고정할 때까지. 잘 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으며 티브이를 조금 보고 그림을 그리고 보드게임을 하고 눈꺼풀이 몇 번 내려오면 침실로 간다. 양치를 하고 치실을 하고 물을 마신다. 바둥거리며 서로를 보듬는다. 사랑해. 서로를 고백으로 묶어둔다. 방과 거실, 소파와 책장, 식탁과 책상, 도화지와 게임판, 욕조와 옷장 사이를 바삐 오가던 낮을 어둠의 이불로 덮을 시간. 아내는 끌어안고 엄마의 기도를 하고 도로시는 종알거리며 꿈속에서 만나자고 인사한다. 뒤척거리다가 고요해진다. 캠프파이어의 불이 꺼진다. 여행자들은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