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가 감기에 걸리면 지구가 흔들린다. 심리적인 은유로 해석하면 (당사자인 우리도) 편하겠지만 물리적인 흔들림을 겪어도 이보다 더할까 싶을 정도 일상은 모든 중심을 상실한다. 우리는 공포에 질려 지구가 흔들리지 않을 때까지 뜬 눈으로 도로시의 차도를 지켜보며 밤을 지새운다. 땀을 닦아주고 머리를 높여주고 다독이고 어루만진다. 들썩이며 켈룩거리는 소리가 어둠과 벽과 공기를 깨뜨린다.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목에 걸린 콧물을 기침과 함께 뱉어내려고 뺨과 턱을 부르르 떨며 시도하다 실패하더니 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경험하고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시의적절한 어휘를 총동원하여 자다 깨어 힘들어하는 우리의 천사를 위로한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당면한 고통과 마주하고 견디기 위해) 도로시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고 너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한다. 지난 몇 해 동안 아니 지금까지의 도로시 평생 동안 반복되던 이러한 상황을 이제 너무 잘 견디고 넘기고 있다고 갈채를 보낸다. 잠시 깬 도로시와 화장실을 다녀오며 진정시키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포켓몬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포켓몬들은 감기에 안 걸리니 얼마나 좋을까. 아빠 걔네는 똥꼬가 없잖아. 그래? 그럼 지우도 감기에 걸릴까. 아파서 누워 있는 거 봤는데. 아빠 당연히 지우도 감기에 걸리지. 그런데 약 먹고 바로 싹 낫던데. 그래? 그니까 거봐 포켓몬 대회 챔피언 지우도 감기에 걸리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감기에 안 걸리겠니. 그러니까 우리가 감기 걸리는 건 너무 당연한 거야. 이런 대화를 하다가 도로시 친구들 이야기로 넘어간다. 뭐? 놀이터 바닥에 벌러덩 눕는 애들이 있다고? 나도 본 거 같아. 아빠 그 애들은 교실 바닥도 기어 다녀. (흉내 내며) 이렇게. 나도 봤어. 윽 진짜? 교실 바닥이 얼마나 더러운데. 등교하다가 개똥 밟은 애들도 있을 거 아냐. 그럼 그 애들 손에 개똥이 묻고 그 손으로 과자 먹고 얼굴 비비고 아무 데나 똥 묻힐 거 아냐. 윽 더러워. 너 절대 그 애들이랑 악수하지 마. 알았어 안 할게. 이런 이야기를 마구 하다가 아내가 둘이 뭐 하냐고 그만 자라고 했다. 지구는 잠시 흔들림을 멈추고 도로시는 쌔근거리며 다시 자고 있다. 도로시 감기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남북통일이나 우러 종전이 조금이 미뤄져도 좋으니 도로시 감기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