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단위의 결혼 5년

행복의 노화를 가로막고 있다

by 백승권

결혼 5년. 그녀는 내 안에서 얼마나 커졌을까. 영영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중심은 내가 아니었다. 세계는 그녀였다. 내가, 그녀의 세월을 훼손하며 갚지 못할 빚과 씻지 못할 죄를 나날이 쌓아가고 있다. 가난한 의지와 허울뿐인 말로 행복의 노화를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난 더욱더 부끄러웠다. 내 모든 한계가 그녀를 통해 확인되었고 그녀에게서 끝나곤 했다. 왜 내게 잘해줄까. 왜 누리는 것 없이 저렇게 헌신할까. 어떤 사명감이 나와 너를 연결하고 에워싸고 있을까.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대답은 계속되고 있다. 분자 단위의 개체로서의 인간은 매 초마다 완전히 달라진다는데, 어떻게 이리도 거대한 아우라를 멈춤 없이 발산할 수 있을까. 날 그 안에서 붙잡아 줄 수 있을까. 내게 매 초마다 새로운 우주를 보여주고 초대해 줄 수 있을까. 말을 걸고 웃고 만질 수 있을까. 지금껏 배우고 가다듬은 언어는 인간의 사고체계와 이해관계 안에서만 작용하여, 내가 그녀를 통해 보고 느끼고 인지한 것들에 질감을 부여하고 호흡을 불어넣기엔 불가능하다. 최소한의 최소한만 적어 내려갈 뿐이다. 남은 나날 역시 이 만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결혼 5년째 되는 날,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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