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기도하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 나이 열여섯, 엄마는 서른아홉이었다.
할머니 집에서 나오고 엄마와 우리 삼 남매는
작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아마 월세가 그 당시
이십만 원을 넘지 않았던 아주 적은 비용으로
아버지를 제외한 네 식구가 살 수 있는 집이었다.
방 두 개, 화장실 한 개, 부엌 한 개
아버지가 벌어다 준 돈으로 살림만 하던 엄마가
아버지 없이 어떤 용기로
우리 삼 남매를 키우려고 했을까.
나는 지금 마흔두 살이 되어도 가질 수 없는 용기.
우리 엄마는 정말 대단한 여자였던 것 같다.
우리 삼 남매를 먹이고 입히느라
해보지 않았던 남의 파출부 일을 시작하였고
부업으로 생밤 까기 일도 밤새도록 하였다.
작고 왜소한 엄마, 깡마른 체구,
서른아홉 살 젊지도 않은 나이
끼니도 제때 먹지도 못한 엄마가 그 많은 일들을 하고
여섯 살의 어린 남동생, 열한 살 초등학생 여동생,
열여섯 살 중학생인 나를 알뜰히 보살피셨다.
그때는 엄마가 힘들겠다고 느끼고 생각만 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들을 혼자 묵묵히 버티었을
엄마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엄마의 희생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목에서 피가 나왔다고 적혈이라고
할머니와 병원에 다녀왔다고
기관지 확장증이라는 평생 동안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지금은 당장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초기 단계가 아니라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엄마는 묵묵히 말을 꺼내셨고
내가 큰딸이니 알아야 하기에
말을 해주시는 거라고 했다.
그날 밤이었다.
엄마와 어린 내 동생들이 자고 있는 밤.
촛불 하나를 몰래 켜두고
종교도 없던 내가 무장정 기도를 올렸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을 꺼내어
일 년 가까이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내 기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주님,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제가 살 수 있는 날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제가 살 수 있는 날들의 절반을
저희 엄마에게 주고 싶습니다.
저희 엄마가 없으면 저는 죽는 것과 같습니다.
부디 저의 삶의 절반을 드리더라도
저희 엄마와 같이 살고 싶어요.
저희 엄마를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를 알지도 못하였고
지식도 없는 내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기도.
그 기도만으로 나는 그때 그 시절을
하루하루 버텨낼 수가 있었다.
그 뒤로 내가 스무 살, 서른 살이 될 때마다
주님에게 저희 엄마를 지금까지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며
앞으로 십 년 이상 저희 곁에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다.
내가 스무 살 엄마는 마흔세 살
내가 서른 살 엄마는 쉰세 살
내가 마흔 살 엄마는 예순세 살
그러나 작년 내가 마흔한 살이 되던 해
갑작스럽게 유방 혹 제거 수술을 받게 되었고
예고도 없이 저혈압 쇼크가 와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위험한 순간 호흡이 빨라지고
맥박이 날뛰고 심장박동수가 너무 빨라
호흡이 통제가 되지 않았고
말문은 막히고 입에서 거품이 나올 지경
온몸의 전율이 오면서 부들부들 떨리며
항문은 열리고 대소변도 나올 지경
눈에서는 눈물만 흘러내리는데
그 순간 떠오르는 그 기도...
내가 처음 드렸던 그 기도,
주님의 뜻이었을까?
이게 주님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지.
가족들을 볼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내 기도였으니까.
그래도 나는 또다시 기도를 드렸다.
주님이 나를 살리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발 살려달라고 제게 딸이 있다고
딸에게 미안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딸에게 미안하다고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한번만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그렇게 주님은 나를 살리셨고
나는 또 매일 기도한다.
나를 살리시는 주님,
어머니를 십 년 이상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금껏 받아왔던 고통보다
남은 생의 고통이 덜하게 해 주시고
지금껏 아팠던 것보다 남은 생을 덜 아프게 해 주시고
남은 삶 속에서 편안하게 숨 쉴 수 있게 해 주세요.
지금껏 받은 상처보다 남은 생을 행복하게 해 주세요.
나중에 하나님 나라에 가시게 될 때
고통받지 않게 하시고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희 엄마를 불쌍히 여기시어 매일 들여봐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