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 호바스, 마이클 젤레닉 감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상업 광고는 돈이 많아서 찍는 게 아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서 찍는다. 전 회사에서 독립해서 배관공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마리오와 루이지에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고객의 빗발치는 예약 전화가 아니다. 엄마의 응원과 지인들의 비웃음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시된 첫 업무는 패기가 넘칠 수밖에. 스패너 한번 휘두른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성질 더러운 개새끼 한 마리 때문에 고객의 욕실은 수리 전보다 훨씬 더 최악이 되었다. 희망과 낙관마저 없으면 시작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릴 찰나. 그렇게 마리오의 세계는 판타지로 뒤바뀐다. 작다고 핀잔주는 파워 E 피치 공주 앞에서 버섯을 먹고 키가 커지고 새로운 자격을 얻기 위해 밤낮없이 트레이닝에 몰두하며 위험에 처한 동생을 구하기 위해 형제애를 불사른다. 악당과의 1:1 매치와 레이싱은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였다. 늘 무시당하며 밥줄 걱정해야 했던 오래된 도심과 달리 새로운 이곳에서 마리오는 행복해 보였다. 자신을 절실히 부르는 곳이 있었고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쓰러뜨려 마땅한 절대악이라는 목표가 분명했다. 무엇보다 삼키자마자 키가 커지는 무언의 콤플렉스가 극복되는 기적도 있었다. 이곳에서 마리오는 스스로 애써 바라진 않았지만 만인의 영웅이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며 점점 나아지는 상황이 있었다. 현실과 달리 레벨업이 가능한 곳. 마리오는 이 컬러풀하고 빠르고 강력하며 자극적인 세계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그러기 싫었다. 왕자가 되려는 건 아니었지만 공주는 마리오의 사회적 신분이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지위이자 상대였다. 마리오는 판타지 세계가 처한 위협으로부터 모두를 구원한다. 더할 나위 없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장을 준비하고 문을 박차고 일하러 나간다. 마리오는 현실에 돌아온 걸까. 아니면 한 번도 현실에서 나간 적이 없었던 걸까. 현실의 마리오는 어쩌면 배관 수리 문의가 한통도 오지 않는 스마트폰으로 무료 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나오는 30초 광고를 보다가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루마리는 마리오의 무의식이 인격화된 캐릭터일 것이다. 오직 루마리만이 현실의 절망과 허망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