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마에스트로의 추락

토드 필드 감독. 타르

by 백승권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 타르보다 높은 지위는 없었다. 모두가 마에스트로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했다. 타르 자신조차 대중 앞에 자신을 시간을 완벽히 장악하는 자라고 선포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타르(케이트 블란쳇)는 정말 그렇게 보였으니까. 바흐, 베토벤 등 이미 죽은 자들만이 전설이 되어 거론될 뿐 클래식이라는 세계에서 현존하는 절대자는 타르였다. 타르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타르는 자신의 주변인들도 자신을 그렇게 대해주길 바라며 길들였다. 단원들이 앉은 자세와 시선이 향하는 곳은 오직 타르였다. 신의 권능으로 휘날리는 손끝과 눈빛, 휘청이는 고개와 흩날리는 머리칼, 계산된 절제와 초월하는 감정까지, 시간과 먼지와 현악과 타악, 관악과 침묵마저 질서 정연하게 뒤섞인 계산된 혼돈 속에서 타르는 모든 지점을 흥분과 전율로 컨트롤하며 자신을 완전히 가두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타르는 유일신이자 존재하지 않는 모든 존재의 총합이었다.


이런 타르이기에 통제를 벗어나려 하는, 자신의 의지를 거스르려 하는 존재의 등장을 용납하지 않았다. 모든 권력을 활용해 눈앞에서 치워버렸다. 타르의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면 정리해고의 대상이었다. 이는 공연장 바깥에서도 작용했다. 타르와 밀접한 거리 내에 지내던 젊은 (여성) 지휘자가 자살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는 정황상 타르의 뜻을 따르지 않았고 추방당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타르는 이제 막 시작되려는 그의 경력이 뻗어나갈 길을 완전히 파괴했다. 자신의 드높은 지위에서 가능한 모든 표현과 압박을 통해 그의 살 길을 무너뜨렸고 고립시켰다. 사회적 살인이었다. 타르는 자신을 거부하는 자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 최후를 맞이할 수 있는지 광장 한가운데서 사형을 집행하듯 그의 모든 시도와 가능성을 오랜 기간 모조리 차단했다. 그 결과가 자살 소식으로 돌아왔다. 타르의 견고한 세계가 가시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타르는 모든 활동을 멈추고 대응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타르의 삶은 태초부터 분주했다. 동성 애인(니나 호스)과 갈등하고 아이의 감정을 챙기고 새로운 곡을 연습하고 단원들에게 디렉션을 주고 해고와 입단을 논의하고 새로운 첼리스트를 유혹하고 쫓아다니고 작곡을 고민하고 스승과 정기적인 식사를 하고 회사의 경영진과 미팅하는 등 타르는 시종일관 바빴고 사망 사고에 대한 법률적 대응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음악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집중을 기울였지만 공연장 바깥의 일상과 위기를 홀로 챙기는 능력은 미취학 아동 수준이었다. 타르는 자신이 고립시켰던 이들의 처지가 되어 사회적 격리 상태로 내몰린다. 주변인들이 떠나고 천상의 지위를 잃어간다. 응당 자기가 있어야 할 권좌에서 타인이 지휘하고 있는 현실을 타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든 이성적 판단을 내려놓고 격노와 폭력으로 대리자를 응징한다. 거기까지였다. 타르는 낮은 지면 위의 인간으로 추락한다.


거의 모든 화면에서 검정옷을 입은 타르는 하나의 음표처럼 보였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세상이 영원히 추앙할 새로운 예술을 작곡하려 했지만 하나의 음표로 음악을 채울 수는 없었다. 타르라는 음표 하나가 빠진 들 세상의 음악이 연주를 멈출 리도 없었다. 주변의 음표들이 타르의 주변에 모여들었지만 타르는 홀로 서려 악을 쓸 뿐 모두를 밀어내며 고립을 자처했다. 지휘자라는 지위에서 가장 의지하는 부분도 혼자만의 계산 안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완성되어야 할 절정의 감흥이었다. 모든 시공간에서 혼자였던 타르는 작은 소음조차 견딜 수 없어하며 괴로워했다. 검은 천에 둘러싸인 타인의 죽음을 회피하고 경시하며 멀리했다. 결국 검은 짐승에서 쫓겨 넘어져 온몸이 깨어졌다. 타르는 언젠가 타인의 음을 받아들이며 악보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타르의 아우라는 한번 넘어져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꺼질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클래식의 선배들처럼 부조리를 감추고 악행을 은폐하며 성과가 다수의 수익이 되는 세계 안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를 기회를 얻을 것이다. 다른 인간이 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명성을 얻는 우회적인 방법을 반드시 찾을 것이다. 케이트 블란쳇의 타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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