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 네온 데몬
인간은 천사를 꿈꾼다.
천사는 인간과 다르고
천사는 인간보다 우월하며
천사는 그렇게 인간들에게 추앙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사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은 천사를 흉내 낸다.
인간들이 만든 인간의 천사를 흉내 내려
살점을 뜯어내고 뼈를 깎고 자르며
타고난 외형을 끊임없이 조각한다.
그렇게 지위와 명성을 획득하고
이를 유지하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경쟁자들의 등장은 필연이다.
더 어리고 더 아름답고 더 순수하기까지 한
자신보다 더 천사의 이미지와 가깝다 여겨지는
인간계의 새로운 경쟁자들이 생존을 위협한다.
어느 10대 소녀(엘르 패닝)의 등장이 그러했다.
캐스팅 매니저를 압도하고
포토그래퍼를 압도한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곧바로
또 다른 소멸로 이어진다.
의자는 늘 하나뿐이니까.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던
이젠 거울 앞에 선 초라한 과거의
망령들이 소녀를 둘러싼다.
우리랑 놀자
유혹한다.
우리와 같은 편이 되자
유혹한다.
우리와 사랑에 빠지자
유혹한다
그렇게 우리와 하나가 되어
우리의 생명력을 늘려주지 않겠니
유혹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지만
자신의 외모가 매력적이라는 것과
이 경쟁력이 새로운 세계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경험한 소녀는
초반의 머뭇거림을 넘어
제안을 거절하기까지 이른다.
새로운 천사의 이미지를 입은 인간 앞에서
과거의 천사들은 그렇게 추락한다.
추락한 천사는 더 이상 천사가 아니었고
질투와 모멸감, 분노와 복수심에 휩싸인 인간일 따름이었다.
애초 자신들의 처음조차 그러했을 텐데
떨어진 인간들은 좌시하지 않는다.
다시 천사의 지위를 회복하고자
새로운 천사의 날개와 얼굴과 육체를
갈기갈기 찢기를 감행한다.
그렇게 인간은 악마의 길을 선택하고
그렇게 천사는 악마가 된 인간들에게 도륙당한다.
인간과 악마의 경계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지 못한 존재는 핏물 속에서 숨을 거두고
천사의 눈알까지 씹어 삼킨 악마는 다시
예전 천사의 영예를 회복한다.
이미지가 전부인 세계가 있다.
존재의 목적도 생존의 방식도
이미지로 시작해 이미지로 통하여 이미지로 끝나는
오로지 본질을 뒤덮는 이미지가 전부인 세계.
그 속에서 인간의 살점을 덕지덕지 붙인 채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타고난 것들은 모조리 누추하게 여겨지고
새롭고 새롭고 새로운 그중에서도 가장 다르면서도 새롭고
새로우면서도 아름다우며 아름다우면서도 파격적인 것들만
그런 이미지들만 목숨을 연명할 수 있게 된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패션계 중에서도 모델을 소재로 담았지만
욕망은 인간이 조직한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게 기능한다.
아름다움의 정의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란 결국
새로운 아름다움의 싹을 송두리째 뽑아 짓이기는 것이라고-
새로운 왕이 되기 위하여 현재의 왕을 죽이듯
새로운 나라를 위하여 현재의 나라를 몰락시키듯
그렇게 미래를 오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감독은
인공적인 조명과 눈이 아픈 컬러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교차시키며
몽환적인 언어로 속삭인다,
불가능한 균형.
자신은 다를 거라는 환상.
어쩌면 선택받았을 거라는 착각.
애초 인간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인간은 천사가 될 수 없었고
악마를 흉내 내기 더 쉬웠을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의 시도보다
누군가를 죽이는 게 더 쉬워서
악마는 천사를 먹고
그렇게 인간은 천사의 흉내를 내며
다른 인간들을 다음 재물로 끌어들인다.
처음부터 악마가 이길 수밖에 없는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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