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아킨 감독 다이앤 크루거 주연 독일영화 심판In the Fade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테러로 아이와 남편을 잃은 여성이 복수를 계획하다가 스스로의 상태를 체크하는 장면. 감상한 당시에는 그냥 넘겼지만 이후 읽은 평론에는 그 장면이 (사고의 충격으로부터 일정 시간이 흘러) 안정된 상태를 보여주는 거라고 했었다. 삶이 산산조각 나는 끔찍한 피해와 분노를 겪고 증오를 품고 복수를 진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가라앉고 몸 상태 역시 보통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 이후 주인공 여성은 (안정되어 가는 상태에 대해) 희생된 가족에 대한 극심한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을 느끼며 더 늦기 전에 같은 방식으로 복수를 실행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폭탄 테러에는 폭탄 테러. 가해자를 향한 복수와 견딜 수 없는 자신의 삶을 지우는 행위를 동시에 감행한다. 이렇게 한 여성의 세계가 완전히 종결한다. 자신을 포함한 구성원들 전원 사망과 함께. 이 영화가 다시 기억 바깥으로 떠오른 건 스스로에 대한 지난 수주 간의 관찰의 결과다.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고 피해자가 있었으며 빈자리가 드러났고 충격과 진동, 현기증과 공허, 불안과 다급함이 수백 마리 꿀벌과 말벌의 싸움 속의 격렬한 날갯짓처럼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자욱한 침묵마저 동공과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다. 선택과 결정이 중요한 시기는 지나가고 있고 지나갔다.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간다고 사라진 사람이 돌아오는 건 아니다.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일들이 무효가 되는 게 아니다. 추락하는 그래프가 수직 상승을 하는 건 아니다. 회복이 아니라 정지이거나 망각이 아니라 고요이거나 안정이 아니라 정체일 것이다. 잠시 숨을 깊게 쉴 수 있다고 과거를 외면하면 과거를 외면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과거는 언제든 현재가 되어 안면을 강타하고 기도를 차단하고 심혈관을 비틀지도 모른다. 그때 부랴부랴 준비하면 난파선에서 밤바다에 몸을 던져 판자 하나 겨우 붙잡으며 체온이 식어가는 걸 서서히 감기는 눈과 함께 부들부들 떨며 감지하게 될 뿐이다. 명확한 사건에 대해 기술하지 않은 채 불명확한 감상을 늘어놓는다. 당사자인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모를 일이고 안다고 마구 나서며. 시간은 지났지만 달라질 게 없다. 책임과 보호가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잠시 달빛이 쏟아져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상황이라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