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백델 글그림. 펀 홈: 가족 희비극
새벽은 위험하다. 글을 쓰게 하니까. 그래픽 노블을 좋아한다. 책장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마블은 없다. 최근 5년 간의 독서를 비춰볼 때 매거진을 제외하고 가장 탐독한 장르다. 그래픽 노블만큼 진실에 흥미로운 접근법을 지닌 장르가 드물다고 여겨졌다. 무엇보다 누아르에 가장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차갑고 건조하고 잔인하며 무엇보다 해피엔딩이 드물다. 마케팅, 홍보, 광고처럼 인생을 긍정하지 않는다.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파괴적이며 가장 거칠고도 엉망이면서도 굳이 수습하지 않는다. 펀 홈은 가장 가장 최근에 읽은 그래픽 노블이다.
앨리슨 백델이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쓰고 그렸다. 그는 자신이 화자가 되어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다룬다. 이웃과 제삼자의 눈에는 평범한 가정의 점잖고 매너 있는 가장이지만 엄마와 늘 사이가 멀었고 자식들에게 살아있는 내내 자신의 방식을 강압했으며 자살했다. 사고사로 보이기도 했지만 앨리슨 백델은 그가 자살했다고 확신한다. 이혼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앨리슨 백델이 늦게 알게 된 아버지란 인간은 동성애자였고 결혼 후에도 다른 남성과 불륜을 반복했으며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고 정신과도 오갔다. 모든 이성애자가 앨리슨 백델의 엄마 같지 않듯이 모든 동성애자가 앨리슨 백델의 아버지 같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앨리슨 백델의 아버지는 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책 한 권의 글과 그림으로도 분량이 부족해 보일 정도로) 비밀과 결함이 많은 이상하고 복잡한 인간이었다.
앨리슨 백델은 그와 가정을 꾸린 엄마에 대한 묘사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등장시키며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웠지만 결론적으로 전혀 알 수 없었던 한 인간에 대한 뒤늦은 이해를 시도한다. 긍정과 부정으로 쪼갤 일이 아니었다. 자식 입장에서는 보통 자기 부모가 하나의 이미지로만 이뤄지지 않은 이상하고 복잡한 면이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점으로 인지할 때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게 된다. 부모에 대한 이런 점을 발견한 자와 아닌 자의 남은 삶은 완전히 다르다. 책 제목 fun home(펀 홈)은 funaral home(장례식장)의 줄임말이다. 앨리슨 백델의 아버지는 장의사 가업을 이어받아 내내 타인의 시체를 처리했다. 자신의 시체는 처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