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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 팀장 대행 종료

by 백승권


조직 개편이 있었다.

팀장 대행이 끝났다.


별다른 소회는 없다.

엄청난 의미 부여를 하며 시작하지 않았고

(이게 뭐라고) 자리에 취해 흥청거리지도 않았으며

(차도에 뛰어들고 싶도록) 고통과 슬픔에 몸부림치지도 않았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지 않았다.


정식 임명을 받은 팀장 지위가 아닌

팀장 대행이라는 임시적 지위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이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진짜 팀장인척 하다가 꼴사나운 행동을

0.1초라도 할까 봐 경계했다.


업무와 사람을 챙기는 일을 구분할 수 없었다.

업무를 챙기는 게 사람을 챙기는 거였고

사람을 챙기는 게 업무를 챙기는 거였다.

경력에 맞는 리딩 역할을 가볍게 여긴 적 없지만

시니어 팀원으로서 주니어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리딩과

팀장 대행으로서 팀원들을 함께 이끄는(챙기는) 프로젝트 리딩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공법을 알 수 없었다.

인간관계와 업무 운영의 개선을 효율로 처리하기 불가능했다.

모든 프로젝트의 실무 참여 및 일정, 운영에 관여했다.

연차에 상관없이 팀원들의 능력(잠재력)과 의사를 밝히는 게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일이어야 했다.

그들이 실제 업무 상황에서 본인 고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어떤 의견이든 모든 미팅에서 자유롭게 밝힐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이성적 판단과 추진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감정적 감성적 에너지를 모조리 쏟았다.


업무의 과정과 결과, 팀의 성과와 평판까지 모조리

팀(팀동료들)에게 안정적이고 확실하며 좋아야 했다.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되었을까.

할 수 없는 것들을 하지 않았다는 후회는 없다.


이제 끝났을 뿐이다.


일이 많을 땐 다음날 얼마든지 늦어도 된다고 했고

다른 팀과 협업하다가 뒤엉키면 건달 같은 욕을 같이 했으며

클라이언트가 거지 같으면 또한

그에 걸맞은 분노를 시시각각 나눴다.

(모든 세부를 여기에 나열하기엔 불가능하다)


팀장 대행 네 글자 내려놓는다고 달라진 건 없다.

그동안 팀장 부재 상황으로 인한 업무 관리 불안,

동료들 정신 붕괴로 인한 팀 균열을 막기 위해

조금 오버하고 조금 바쁘고 조금 늦게 퇴근한 정도

육중한 십자가를 이고 지다가 골고다 언덕에서

대못 박혀 피와 뼈가 마르는 고행까지는 아니었다.


전과 다른 새로운 역할을 스스로 탐색하며

실수하지 않도록 챙기며 담당하는 과정 중에

업무 운영에 대한 시야와 변수에 대비하는 유연함이

실질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성장이란 말을 쓰기엔 애매한데

나중에 유사 상황이 오더라도

내가 이 정도까지는 되겠구나 정도의

계산은 할 수 있었다.


이제 끝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