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자랑대회

by 백승권

어서 오세요 불행자랑대회가 열렸어요

저희 팀은 참가는 했지만 수상은 기대하지 않아요

혼자 겪을 때는 우리가 우주 최고

불행 우승자인 줄 알았는데 참가자들의

쟁쟁한 불행을 들어보니 어우... 타오르는

신전 불기둥 사이에서 지포라이터 같더군요

치직치직 눈물에 젖어 잘 켜지지도 않는


같이 화내고 같이 소리 지르고 박수 치고

웃고 쓰러지고 그런 리액션은 가능한데

주변을 겸허하게 만드는 불행이 고막을

터뜨릴 듯한 굉음과 함께 등장하면 흰 보자기를

누운 얼굴에 씌우듯 팟하고 침묵이 켜져요


탄성보다 낮은 한숨이 의자와 의자 사이를 감돌고

다 마신 커피를 다시 마시려고 입에 대기도 하고

잠시 후 더 무거운 불행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과거의 불행으로 현재의 불행은

귀여워지고 아무리 휴대용 사이즈 불행이 되어도

불행은 불행이라서 듣는 나는 불행을 아는 사람이

되었고 말하는 너는 불행을 여전히 안고 퍼뜨리는

사람이 되었고


최후의 승자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 끝나면

모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나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여기면 시간 소요와 성대 피로로

값을 치른 참석과 관람의 의의라도 남을 텐데

그래 역시 세상은 다 지옥이고 나도 이제 그만 진짜

지옥으로 가야겠다! 이러면 상조회사만 바빠지겠죠


우리가 죽든 그렇지 않든 앞으로 더 불행하든

그렇지 않든 불행자랑대회는 계속 개최될 거예요

진짜 못 살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서

번제를 치르듯 불타는 숲 속에서 자신의 비밀도

같이 활활활활 태우고 있으니 어서 오세요

불행자랑대회 상시 개최 누구나 입장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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