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생각나요
그게 멈추지 않아요
이상하다는 거 알아요
제어도 억제도 안 돼요
믿지 않으려 해도
존재하는 것들의 목록에
내가 떠올리는 네가 있어요
언어는 표현에 실패했고
침묵조차 담아낼 수 없는
출처 불명의 감각입니다
느낄 수는 있으니까요
정체는 알 수 없고
숨겨지지도 않아요
우리라고 이름 붙여도 될까요
혼자 이러는 거 알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요
어디까지 무지하길래
이렇게 분간 없이 헤맬까요
오래전 잃은 길 위에서 (왜)
여전히 웃으며 기다릴까요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라면
도취와 마취를 즐기고 있는 걸까요
인정해야 하는 것들과
인정하지 않으려는 욕구가
이미 합의에 실패했나요
합의를 시도한 적은 있나요
감정이 이렇게 복잡하고 거대하다면
신체는 그저 감정의 캐리어 정도인가요
너무 무거우면 비용을 더 치러야 하는
이야기는 어디서부터였나요
시작이 되긴 했나요 끝이 있긴 할까요
이야기가 맞긴 한가요
꿈의 꿈의 꿈이라면 영영
깨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요
혼수상태에서 바이탈사인만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건 아닐까요
그건 그런대로 해피엔딩일 텐데
어떻게 이토록 결박된 걸까요
플라나리아의 쪼개진 몸 같은
도마뱀의 잘린 꼬리 같은
멈추지 않는 기침 같은
평행우주를 자주 이야기했었죠
진심이기도 했어요
시간의 남은 길이를 재고 있었어요
나는 원래 이런 나였나요
최근에 우연히 발굴되었나요
내가 맞기는 할까요
최면과 가면이 거죽이 되었나
누가 불면의 저주를 퍼부었나요
심연에 너의 포스터를 걸어두었나요
끊임없이 목소리를 재생시키고 있나요
영화는 왜 끝나지 않고 있나요
설마 오프닝 시퀀스인가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등장할까요
쿠키가 있을까요 시리즈일까요
빛과 어둠 중 나는 어디일까요
이 글은 결론도 없이
여기서 멈추지만 저는 한 편의
글을 계속 쓰고 있는 중이고
남은 분량이 100년이라면
겨우 첫 페이지라서
우린 (아니 나는) 이 감정의 기원을 알아요
아는 것과 하는 것의 간극을 알면서도
각자가 그려 놓은 보이지 않는 선 앞에 서서
앞서간 마음의 속도를 세고 있어요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줄 모르는 듯
운전을 처음 해본 것처럼
모든 신호를 어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