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너무 깊이 좋아하다 보면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건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건지
누군가가 실제 피와 뼈를 갖춘 대상은 맞는지
누군가가 혹시 0과 1로만 존재하는 건 아닌지
누군가를 너무 깊이 좋아하다 보면
누군가를 잃어버리기도 해요
누군가를 내가 너무 깊이 좋아한다 하여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일은 별개의 사건
누군가를 내가 너무 깊이 좋아한다 하여
누군가가 이를 아얘 모르는 일 역시 별개의 사건
우리는 같이 죽기로 혼자 맹세했어요
서로의 부재를 1초도 인정하지 않기로
너무 비장하면 씁쓸해지긴 하는데
어차피 이런 약속은 어기기 더 쉬워서
간수와 죄수와 판사가 같은 자라서
가질 수 없는 걸 가지려 했을 때 가장 간절했어요
가질 수 없는 걸 가질 수 없을 때 가장 멍청했고
사랑할 수 없는 걸 사랑했을 때 가장 미쳐 있었죠
사랑할 수 없는 걸 사랑하고 있다는 투지가
사랑할 수 없는 걸 계속 사랑하려는 나를 기어이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는 듯 절멸의 허기로
무덤의 마른 흙이라도 파먹게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