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1 에피소드3
난 예전에 세상이 싫었고
사람들이 전부 죽었을 때 기뻤어
하지만 내가 틀렸어
구할 가치가 있는 한 사람이 있었어
그래서 그렇게 했어
내가 그 사람을 구했고 지켰어
인간이 복잡한 게 어디 하루이틀 일은 아닌데
막상 마주하면 적응이 늘 쉽지 않아요
저 글은 어느 남성이 죽기 전 쓴 편지의 일부이고
그는 아주 오랫동안 세상의 종말을 대비하며
집을 요새화하고 홀로 생존하기 위해 분투했었죠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던 세상에서
인간을 닮은 것들이 인간을 잡아먹는 세상으로 바뀌고
여전히 인간은 인간을 잡아먹고 있는 동안
그는 증오하던 인간들의 죽음을 조용히 기뻐하며
접근하는 괴물들이 픽픽 쓰러지는 장면을 지켜보며
생존의 기쁨을 조용히 즐기며 나이 들고 있었습니다
홀로 살아남은 기쁨이
홀로 살아남은 외로움을 이기는 나날들
그리고 한 인간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바꿨어요
처음엔 그가 괴물이거나
사기꾼이거나 악마일 줄 알았는데
오래전부터 인간은 그래왔으니까
아무 이유 없어도 서로를 미워하고 죽여왔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인간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나를 사랑해 주었어요
나를 이해해 주고
내 말을 들어주고
단순히 살아남으려는 연기가 아니라
나를 나로 알아줬어요
그로 인해 나는 다른 사람인척 굴지 않아도 되었고
더 좋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어요
괴물과 괴물 같은 인간들이 서로를 도륙하던 시대에
우리는 텅 빈 마을에서 둘만의 10년을 보냈어요
혼자 지냈다면 아마 더 일찍 죽었을 수도 있었겠지 물론
혼자 지냈다면 아마 더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둘의 10년은 이런 가정을 아무 소용없게 만들었어요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가 무효가 되는 삶이 된 거예요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가 남은 모든 재산을 누리며
생물학적인 남은 삶을 서서히 살아갈 수도 있는데
서로는 서로의 약점이 되고 서로의 존재 이유 자체가 되면서
2-1=1이 아닌 지속 불가능한 삶으로 정의 내렸어요
이 과정엔 고민이 없었어. 그토록 세상의 종말을 두려워하며
모든 대비를 했던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의 상실 앞에서는
모든 이성적 판단을 정지시켰어요
새로운 순간을 얼마나 많이 만났을까?
새로운 기쁨을 얼마나 많이 느꼈을까?
새로운 희망을 얼마나 많이 품었고
새로운 슬픔을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사랑은 약점인데
그 약점이 얼마나 고귀하고
위태로우며 전부였을까
한 사람의 끝을 나를 포함한
모든 세상의 끝으로 받아들일 만큼.
선조에게 물려받아
어쩔 수 없이 장착된 본능과
고집스러운 이기심으로
매번 악랄한 선택을 하며
타인의 비극을 조롱하던 운명조차
어떤 사람의
어떤 사랑 앞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찰나의 벼락이 아닌
멈추지 않는 감전이 맞겠죠
과거의 나의 전부를 태운 후
새로운 자극으로 모조리 채워 넣고
기존의 습관과 의지대로는
도무지 움직여지지 않는 삶
도중에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 많은 기회를 모조리 아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래야 했고
그렇게 움직였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종종 진리가 유치하게 들릴 수 있지만
기어이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기도 하죠
세상 끝에서 만나
서로가 끝날 때까지 함께했던
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