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랑의 여름 사진들

by 백승권

Rose

서핑보드

자전거

Charlotte Gainsbourg

Vincent Gallo

Inez and Vinoodh

......


얼마 되지 않았어요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되돌릴 수 없는 아쉬움을

절실하게 느끼며 표현하는 습관에

길들여진 게


패션 브랜드 사진은

광고 사진을 가까이하고

지큐 보그를 탐닉하다가 가까워졌어요

거의 20년 전부터 쳐다보고

모으고 사진집을 사거나

그랬을 것입니다


대중문화의 완전한 형태로 여겨져요

최소한의 텍스트와 최대한의 실사 이미지

철저하게 계산된 스타일링과

의도된 감각과 감성, 미감과 무드

시기와 시대를 초월할듯한 대담함과 그래서

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균형


평균의 광고들은

이 정도 지점으로 도달하지 못해요


말해지지 않는 것으로 더 많이 말하고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더 많이 표현하며

강요하지 않는 것으로 더 잡아당기는 악력


심하게 좋아하는 것들은 설명하기 버겁죠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건너뛰고

전달하는 것은 이 장르에 대한 충분한 경의가

아닌 것 같아요


Inez and Vinoodh를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었어요

이미 각인된 사진이

커다랗게 담긴 사진집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흰 장갑을 낀 채 조심스럽게 넘겼었고

방금 사진들을 보다가 다시 발견했어요

5년 전 생로랑과 작업했었구나

(이번 여름 캠페인이 아닌)


생로랑은 지금 쓰고 있는

향수 외에 연결점은 없습니다

프라다, 샤넬과 더불어

광고물로써 흑백사진을

잘 활용한다는 인상이 강했어요

모델도 그렇고


이번 여름 시즌에 눈에 띈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죠

다수에게 익숙한 풍광의 컬러를

검고 희게 녹여서 드러내며

동경과 최면에 휩싸이게 해요

앞으로도 겪을 일이 없을 텐데도

이미 겪어서 떠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이번 시즌 사진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컨셉이 아닌

수년 전부터 생로랑이 반복적으로 표현하던

색감 사물 모델 풍경의 구도였어요


이렇게 특정 브랜드 사진에 매료되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뒤적거리는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상한 여름이예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을


결국 흐릿해지며

왜곡과 재해석을 거치겠지만

이렇게 기록하여

사진처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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