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글은
어떤 식으로든 자극을 준다.
지금 이 글처럼.
최강록 셰프의 책을 보다가
실패의 기록에 대해 써볼까
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 쓰면서 드는 생각은
그동안 적어온 대부분의 글이
실패의 기록 아니었다 싶은 것이다.
실패라는 단어의 질감이
거칠고 뾰족하지만
결국 비슷한 일상의 그늘을
어떻게 겪었냐는 부분이다.
최강록 셰프의 글은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었지만
난 이상하게도 거기서
내 지난 시간의 그늘을 봤다.
저렇게 담담하게 쓸 수 있는 건
대중에게 성공한 브랜드로
증명되어서 아닌가.
만약에 알려지지 않은 셰프가
저런 내용을 썼다면 그저
무명의 누군가가 쓴 가벼운 개인 기록이
되지 않았을까.
뭔가를 쓰는 데 절대적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해석에 대한
예상까지 가닿으려면 쓰는 사람의
지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어떤 누가 무엇을 쓰느냐고
내게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영향력을 결정할 수 있다
유명인의 개인적 기록에서
유사한 컬러라고 여겨지는
그늘을 발견하고 그걸
개인의 장기 연재 소재로 확장시키려는
지금이 제정신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다르지 않은 일상과 고민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은
묘한 동질감과 함께 작은 반가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 내가 저런 소재를 다시 쓴다고 해도
지금 내가 읽은 기분과 동일하게
읽혀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글을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쓰는 편이고
거기에 대한 나비효과로
무료한 무명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
나도 나의 약점을 드러냈을 때
누군가에게 공감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뭔가를 써왔지만
누가 어떻게 읽고 어떻게 느꼈지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