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kitchen

by Glenn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을 알더라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기다리는 사람을 알지 못하고

기다리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기다리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이유에 관심이 적고

기다리는 사람이 기다리다 보면

기다려서 뭐 하나 생각이 들 것도 같지만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 기다리는 사람을 어떻게 여기든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사람이 기다리지 않는 사람을 계속

기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그럴듯한 기다리는 이유는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니 기다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잃었기 때문이고 잊었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는

애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기다리는 것 외에는

기다리는 것 외에는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영구적인

기다리는 상태로 굳어졌기 때문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신빙성 있는 기다리는 이유는

기다리는 사람이 기다리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늘 그랬어요

어떤 기준과 관점으로는 이만한 무능과 무식이 없는데

기다리는 사람에겐 이만큼 찬란한

지위가 없어요. 기다릴 수 있다니


기다릴 수 있다니

기다려도 괜찮다니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려도 된다니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니

기다릴 수 있다면

기다리는 때와 장소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닌

기다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를 때가 있거든요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 끝내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아도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리며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 나타나는 장면을

수없이 상상할 수 있어서

기다리는 일은 이미 시작부터

기다림이 끝난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다리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원히 끝나지 않더라도 좋을 일이죠


평가와 인정이 중요하지 않은 일도 있어요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그걸 알더라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아는 것과 다르겠죠

이런 하찮은 우월감으로 살과 뼈가

풍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걸

기어이 선택하는 일

기다리다 보면 알게 돼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가 누구인지

우리의 간격을

시간의 너비를

침묵과 탈진을

눈물과 한숨을

이를 악문 외로움을

꺼진 불 속에서 뜬 눈을

혼자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을





https://youtu.be/cTEuCFTFa9g?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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