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by Glenn

쓸쓸할 때마다 글을 쓰지만

글을 쓴다고 쓸쓸해지지 않아요


방금은 구름이

투명한 핑크색이었는데

금세 사라졌어요


이 글은 바깥에 서서 쓰고 있고

이제는 저녁 없이 밤이 되는 느낌

겨울과 여름 사이의 봄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혼자 떠올리며 혼자 웃기도 하고

지난 사진을 다시 보기도 하고

그중에는 당신도 있어요


머리를 기르고 있고

새 옷과 구두를 샀고

진하고 선명한 파란색과

녹색 양말을 자주 신습니다


과거를 자주 떠올리고

과거를 복제한 현재를 원한다고 해도

미래가 기다리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를 보내주진 않을 텐데


죽고 싶지 않고

죽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조금은

머릿속이 맑아져요


최근 읽는 모든 글은 과거에 쓰였고

저자의 일부 또는 대다수는 죽었으며

모든 문학은 과거에 (어떤 식으로든)

죽은 자들의 기록이니까

우린 유품 속을 뒤적거리며

답을 찾고 있죠 답이 없거나 너무 많아서


커피와 책, 맥북(또는 아이폰)

셋(넷) 중 하나만 빼앗겨도

금단증상으로 손톱을 뽑을지도 모르는데


생일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이런 신세일 줄 몰랐어요

월급이 빨리 사라져서 슬프고

며칠 전부터 이탈리어를 배우는 중인데

조만간 편지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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