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서 글이 된다고 좋을 리 없어 그렇게
물에 젖은 종이 같은 글이 제대로 읽힐 리 없어
쓰려고 생각한 것 아니고 생각하려고 쓴 것도
아닌데 둘은 투명 호스를 매끄럽게 지나는
핏물처럼 진하게 이어져 있어. 언젠가 다
빠져나가면 하얗게 질려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생각을 글로 출력하다가 죽는 건 별로
죽는 게 별로라는 말이야.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
글을 쓰던 생각을 하던 무엇을 하던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결국 죽겠지 쓰겠지 그전에 생각하겠지
아직은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라고 쓰겠지
공동의 적을 향한 적의와 조롱을 가득 담은
농담을 공중에 흩뿌릴 때 같이 웃던 사람이 있었고
지금은 없지만 농담과 웃음은 여전히 남아
나를 울게 만들고. 같이 웃어도 눈물 난 적 많았지만
지금은 혼자 웃어도 기쁘지 않고 혼자 울어도
아무도 없어. 모두 한 때였지. 알고 있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낮과 밤을 마주한 채 새우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이 없어서 좀 더 불행하지만
그들이 있어서 불행의 총합이 꺼지지 않는
들불처럼 공중으로 치솟으며 모든 산소를
집어삼킬 때도 우리는 길이 없었어 앞날도 자아도
이상한 사람들은 늘 이상하고 나는 예외라는
착각은 더 이상 하지 않아. 특별하고 차별화된
이상한 사람이란 망상이 더 매력적이란 의식도
자제하고. 병자들 사이에서 다른 병을 앓고 있을
뿐이지. 하지만 너희를 동정하며 내가 더 정상인척
하고 싶을 때도 있긴 해. 의사가 없어. 환자들만
좁은 방에서 서로를 할퀴고 오물을 던질 뿐
목숨을 걸고 탈출한 자들은 환자들의 낫지 않는
증세를 들으며 씁쓸히 웃었어. 낫지 않는 병
더러운 의자에 몸이 묶여 신체 일부를 자르지 않으면
여길 나갈 수 없어. 고통을 느끼는 부위를
떼어다 버리거나 신경을 끊어내며 견딜 뿐
그래서 더 이상 슬픔을 느낄 수 없었어 미안해요
내일도 다르진 않아요
언젠간 모두 죽을 테니
이날도 머지않았어요
행복은 찾는 게 아니라
빼앗는 게 빠를 것입니다
반말도 버릇인데
저도 틀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