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새로운 가면을 쓰고
현재인척 찾아왔을 적에
못 알아본 척했어
인사가 너무 어색했고
그렇게 라도 해서
너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지
어디 갔었냐고
모든 대화를 처음인 척했어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고
연기와 실제의 차이를 잊었지
잊고 싶었고 아니 잊었어
모든 걸 다 알 순 없으니까
뭐라도 하고 싶었어
과거의 나에게 잘 보이고 싶었어
기억하지 못했지만 꾸며내고 싶었지
아니 다시 기록하고 싶었어
다른 버전으로
원본을 찾을 수 없었어
그런 건 없었으니까
원래의 나 같은 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나에게
잘해주려는 시도들이 웃겼어
대상이 내가 아니었다면 이럴 수 없었지
타인 같은 건 없어, 사고와 해석의 영역 안에
그런 자리를 만들어 둔 적 없었어
침범과 파괴는 허상이지
뇌가 여러 개이거나
머리가 여러 개이거나
아무리 그래도 하나의 신체일 뿐
통제할 순 없어도 하나의 시간 안에는
하나의 움직임만이 가능할 뿐이지
하나의 움직임 안에는 한 번의 기회만 가능할 뿐
선택과 결정이 끝났다면
실행이 전부야 아무것도 되돌리지 않아
얼마나 지나야 돌아볼까
모든 순간을 이토록 실감하고 있는데
놓치거나 놓아버린 것들이 사무칠 때
닿지 않는 지점을 더듬는 척하며
눈꺼풀과 손끝을 떠는 자들도 있겠지만
지금은 떠난 버스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게 아냐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정류장의 이름을 새로 지은 후
외벽으로 모든 접근을 차단하고
아무도 오지 않는 밤에
혼자 앉아있어
따뜻한 의자 위에서
도착 시간을 묻는 메시지를 보내며
Gianni Berengo Gardin Italy, 1930-2025
Apulia, 1966 (Printed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