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언어와 질감

by Glenn

최근 느낀 건데 불행보다

사랑이 인기가 많아서

사랑이라는 제목은 여전히

사람들을 기대하게 하나 봐요

잃어버린 물건이 거기 있을까 봐

들여다보게 하나 봐


시간이 더 지나면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보여주지 못할 텐데


우리는 우리의 노화를 관찰하며

나는 너의 안구가 되어 나를 보며

너는 내가 싫다고 말하고 있어

말을 안 해서 싫다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

망상은 현실의 발목을 잡고

나이 든 우리는 언젠가

연기 묻은 사진으로만 마주하겠지


더 외롭고 비참한 이들을

떠올리며 안도하고

구겨진 빈 상자 같은 심연은

열쇠를 잃어버려 열릴 길 없고


아까는 내일도 휴일이라서

기분이 잠시 좋았어요

행복의 꽃말은 ‘현실에 대한 깊은 오해’였나


국적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작가와 연출가의

불행을 묘사하는 재주가 부러웠고

실감 날 땐 두렵기도 했어


사랑에 대한 글을 개발하고 싶어요

사랑을 떠올리는 것과

사랑에 대한 글을 떠올리는 것은

많이 다르고 글에 매몰되다 보면

무색무취의 사랑이 대량 복제 되어

로켓배송이 가능할까 봐

기분이 이상해지고


그런 건 없어요

떠올리는 사랑의 언어와

쓰이는 사랑의 질감은

원점은 같지만 세계 자체가 달라서


제목에 사랑을 넣었다고

발음기호가 정해진 건 아니라는

방금 지어낸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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