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라는 사랑은 이게 아니겠지만
당신을 저는 저의 자식처럼 사랑할 수 없고
당신에게 저의 이런 태도가 미안하지 않아요
라고 적다가
내게 없는 것들 중
너무 오래 없었더니
너무 자연스러울 정도로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익숙해진 것에 대해
잠시 떠올렸어요
어렸을 적엔
한때 이걸 가지고
스스로에 대한 연민 여부를
고민할 때가 있기도 했었지
이걸 아는 어떤 사람들은
나를 가엾게 대하기도 했고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한 것들을 건네주기도 했으니까
실제로 그것들이 요긴하게 쓰이거나
근원적인 결여를 채워주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내게 그런 태도를 보였다는 게
인상적이긴 했었어요. 어떤 훼손이 아닌
기억에 오래 남았다는 차원에서
세상에 그게 나만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한때는 나만 없는 거 같기도 했고
그게 일상을 뒤흔들 정도로 강렬했다기보다는
주변이 더 요동쳤던 것 같아요
너는 없는 아이라고 늘 말하는 듯했고 그래서
아 나는 없는 아이구나 수긍하기도 했고
폭력의 형태는 늘 외압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고
어떤 폭력은 환경 자체로 시절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날카로운 금속으로 깊숙이 찌르는 감각보다는
견딜만한 압력으로 숨통과 혈관을 조여오며
잠이 들듯 죽을 때까지 느리게 누르는 기분
이런 기분은 외상이 없지만 사라지지 않아요
실체의 질감을 어루만질 수 없지만
계속 이어지는 듯한 느낌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요
이런 결여에 대한 인지는 물질의 풍요나
타인의 손길로 언어의 세례나 환희의 누적으로
치유되지도 채워지지도 회복되지도 나아지지도 않고
늘 젖은 옷을 입고 있는 상태
가해자들을 알고 있지만
내가 피해자라고 호소할 수 없고
어느 한 곳은 이유를 아는 어둠을 지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당히 웅크린 채
뭐 나보다 더한 일을 겪은 사람도 많더라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지내야 합니다
이런 건 낙인과 약점 같은 거라서
드러내는 순간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없는 편견도 컬러렌즈처럼 장착하게 만들 거든요
누구도 그런 그늘 곁에서
머무르고 싶어 하진 않지
이번 명절은 특이한 자백을 자주 늘어놓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