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의 '응' 정도

by Glenn

어둠 속을 걷던 어제는

몸에서 진도 7.9의 지진이 일어났어

한기의 급습을 넘어 드라이아이스가

상체의 모든 살갗에 달라붙는 듯했고

격렬하게 떨다 보니 감전된 것처럼

심장과 혈관의 누전차단기가

단숨에 내려갈 것만 같았어


빨리 걸었고

숨을 헉헉거리며

더 빨리 성큼성큼 걸었어

앞에 걷던 사람이 흠칫

두리번거릴 정도로


들썩이던 그림자

조여오던 빨간불


공황의 'ㄱ' 정도

응급실의 '응' 정도까지 떠올렸고

집에 돌아와 익숙한 실내에서

시간이 지나니 지진계의 바늘이

점점 느려졌어요


끝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이었나

이런 생각을 방금까지 했고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오르고

그중에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내려쳐서

땅 속에 집어넣기에는

팔이 너무 아파서


제한시간이 없으니 어차피

이 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끝을 떠올려요

나만 아는 끝


품고 있던 작은 조명 중

하나가 완전히 꺼졌고


조명 밑에

어떤 메모를 숨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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