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극이 안구로 빨려 들어와
시간과 정신을 집어삼켜야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대에
선명한 이미지가 섬광처럼
깊고 컴컴한 내부에서 펼쳐지고
예언자의 외마디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나면
분명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체험이라는 것이
과연 체험의 울타리 안에
가둘 수 있는지
미래 과거 현재 중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동시대의
한 챕터가 문을 닫은 줄 알았어요
그렇게 여겨야 하는 줄
여전히 처음 겪는 사건사고가 많아
숨이 멎을 때까지 부적응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아 일부가 사라졌구나
선을 그으려고 했을 때
꺼진 불이 놓여있던 자리를 제외한
전체의 시공간이 뒤흔들리고
새로운 언어가 창제되고
사라졌던 그림자가
다시 원을 그리며
기존 챕터의 소멸이 아닌
새로운 챕터의 개막을 선언했어요
왜 모든 꽃들은 죽은 동물들 위에서 피어오를까
험난한 길을 지나다 지쳐 쓰러진 그들의 등에서
새 이름의 지도가 젖은 흙과 햇볕을 뚫고 돋아나고
내비게이션이 찾지 못하는 곳에서
여전히 경로를 이탈하며 헤매겠지만
평생 같이 헤맬 수 있다면
평생 같이 헤맬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평생 같이 헤맬 수 있을 것 같아
Shaun Tan - A Bear and her Law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