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감정보다는
현상이나 상태에 가까운 단어 같은데
그게 뭐든 외로움이 떠올랐어요
굳이 느끼고 있는 건 아니죠
외로움은 느낄 대상이 아니니까
호흡, 심장박동, 눈 깜빡임, 그림자
이런 것들과 유사하죠
몸에 붙어 사라지지 않는 것
몸이 불타거나 묻힐 때까지
따라다니거나 함께하는 것
(저는) 늘 뭘 쓰려할 때 항상
인트로가 이렇게 길어요
쓰다가 목적을 잊고
이렇게 이어 쓰다가 말기도 하고
여하튼 무슨 이야길 하고 싶었냐면
외로움을 자각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그만두고
타자의 외로움을 살피며
자신의 것을 살피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솔직히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추상적이고 다변적이며 길고 복잡한
배경과 맥락을 지녔는데 당사자도
파악하기 힘든 이토록 난해한 걸
다른 누군가 위로? 이해? 납득? 인지?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설명이 그럴듯할 땐 동의하게 되기도 하지만
프레임, 설정 등 인공적 접근, 전략을 통한
착시에 가깝죠.
지성과 유사 경험으로
타인의 외로움의 모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나요
자기 퍼즐도 매번 잃어버리며
인생과 일상이 미완과 미해결 투성인데
인간과 인간은 애초
서로와 자신을 쉽게 믿고 속는 사이라
외로움 또한 여백을 채울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죠
영영 망가져 있을 회생불가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묶여 있으면서
이것에 대해 너무 파악하고 싶어서
나의 뇌와 심장을 들여다볼 수 없어서
타인을 그렇게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나를 볼 수 없어서 너를 보며
나를 확인하고 싶어 하죠
너의 외로움이 이런 뼈대와
외벽, 층고로 이뤄졌다면 나도
다르지 않겠다 짐작하며
너의 눈으로 외로움을 발견하며
자꾸 너의 눈이 되려고 하며
너의 눈으로 나를 보려고 하며
외로움의 살갗을 매만지고
발자국을 소리 없이 따라가며
마주 닿은 손바닥의 남은 온기를 체크하며
그렇게 타자에 대한 감촉과 인지를 통해
(나를) 감싸며 안고 흐느끼며 조금 떨면서
외로움은 표현이지 진실과는 다른 것 같아요
딱히 어울리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급히
휘갈긴 벼락치기 같은 어휘력의 한계
한때 몰아서 보던
홍상수 영화 등장인물들의
대사 같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