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맑아요
막 세수한 얼굴처럼
젖은 공기의 살결을
밤구름으로 닦아내요
별이 지워질 때까지
난시가 심해서
멀리가 흐려요
불투명 유리 속에
손톱달은 뭉개지고
나는 내가 울고 있나
눈알을 만지려다
안경알이 얼룩지고
적녹색약 같은 신호가 바뀌면
눈에 불 켠 짐승들은 멈추고
내일이 없는 언데드들은
각자의 관 속으로 돌아가요
낮에도 내내 죽어야 했지만
밤엔 혼자 죽어 행복하다며
캐시미어 같은 대화들이 떠다녀요
뺨과 목덜미를 감싸고
손등과 귀를 뒤덮으며
이런 느낌이 좀 더 자주 찾아오면
베개 커버가 덜 축축 해질 텐데
걷고 있어도 걷고 싶고
오지 않으니 내가 가려하고
약속이 없어도 날짜를 세고
혼자를 이렇게 잊고
심장의 소리를 들으며
들리지 않게 뭐라고 말하며
어떤 밤은 너무 맑아서
이대로 끝나지 않거나
이대로 생이 끝나길 간절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