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_브런치 10주년 기념 팝업 전시

by Glenn

인간은 최후에 무엇을 보나요


병원 천장?

휴대폰 화면?

달리는 차창 밖?


영화에서 누가 죽을 때

자신의 천로역정을 한없이

복잡하고 억울하게

여기는 이들이 죽을 때


그들은 쫓기다 총이나 칼에 맞고

피에 젖은 몸으로 숨을 몰아 쉬며

천천히 하늘을 봐요


숲 속에서 햇볕이 찬란히 내려쬐고

잎과 가지가 별처럼 그늘지며

날개 없는 송가가 들리고


후회할 시간도 없이 삶이 꺼져가

누군가 물을 끼얹은 작은 성냥불처럼


(대체 그게 왜 좋은 지 미스터리지만)

아무것도 몰라서 좋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돈과 폭력으로 구타당하며

짐승의 사체처럼 버려질 지금과 달리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이키지 않는 게 인간이라서

자의와 타의의 사슬을

아무리 곱게 늘어뜨려도

그렇고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게 삶이라서


(스스로가 가장 많이 생각했을 테니)

우주에서 가장 불쌍하고 불안하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는 최악의 끝을 마주하며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마지막 하늘을 볼 때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눈물뿐이라는 게 참


오늘 같은 낮에

유스퀘이크 벽에 걸린 종이에

‘유서’라고 쓰며 돌아왔고

이 글의 첫 문장은 가던 길에

시작되었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8화밤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