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842_브런치 10주년 기념 팝업 전시

by Glenn

비둘기가

인간의 뉴스가 적힌 종이를

물어 나르던 시절에


한 편의 편지를 받았고 이후

여기에 1841편의 답장이 쓰였어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어떤 일들은 기록될 수 없었지만

기록되어야 하는 일들은 대부분

여기에 새겨졌어요


마치

츄파춥스 초코바나나맛 알맹이를

새까맣게 에워싸는 개미떼들처럼

몸을 붙이고 달콤함에 흡착되어

박제된 듯 움직이지 않았고


태초에 비둘기를 날린 분과 긴 대화를 나눴어요

처음엔 부끄러웠고 끝까지 부끄러웠는데

박찬호라도 된 것 마냥 만담을 쉬지 않았고

“제정신이 아니라서 이렇게 많이 쓰죠”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리 곱씹어도

유스퀘이크 벽에 걸린

초고 내용 중에 결국 지웠던

넬의 Onetime Bestseller의 제목, 가사, 정서가

가장 닮지 않았나 싶어요


혼자 쓰고 읽을 긴 유서의 연속

그토록 살 떨렸던 비밀은 잊히고

남은 것들은 기억될 자격을 얻고


감각을 거쳐간 영화와 드라마가

3,400편에 이르고 있는데

현재의 글쓰기도 그럴 수 있을까


숫자는 의식하면 세속적으로 여겨지지만

쌓이다 보면 인생에서 가장 심플하게 압축된

성적표처럼 보이기도 해요

마치 아무도 묻지 않아도 대략 꿰고 있는

샤넬백 가격처럼


비장한 노력의 다짐보다는

운명론을 믿는 게 쉽잖아요


쓰일 것들은 쓰일 것입니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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