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메모는 읽어주고 싶지만 아무도 없어

by Glenn

나의 모르는 사람에게


눈앞이 흐리고

방향을 모르겠다고

움직이는 것들 사이에서

정지할 수 없을 테니


가만있으면 휩쓸리고

힘이 약하면 밀려나고

부딪치면 부서지며...

아니 지금은 어떤 계산도

의식에 착륙하지 못한 채


휘어진 날개와

부러진 발톱으로

절벽에 몸을 긁히며

추락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떨어진 높이와

남은 고도 중에

뭐가 더 길까

수치와 단위를 그리다가

바닥에 나뒹구는

레고 같은 정신과

신체의 조각들


누가 날 밟아서

모서리에 살이 깊이

눌리거나 찔리면

잠시 몸 전체가 저릿할 정도로

아플지도 모르는데


그게 너였으면 그런 방식으로

날 기억하게 하려는 시도가 너무 멍청하고

그게 너라면 그렇게 아프게 할 바에야

분쇄기 안에 알아서 들어갈래요


잘 벗겨지지 않는

쓸데없이 접착력 강한

낡고 오래된 스티커 같이

너의 삶을 더럽히고 있어


환각 속에서 조차 쓸쓸해요


너무 오래 지워지지 않았다면

더 작고 미안한 마음일 텐데

여전히 자리가 없어서

모든 빈 의자에게 앉아도

되는지 묻고 있어요

낯설고 느린 새벽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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