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by Glenn

감정에 선을 자주 긋다 보면

의심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가장

믿을 수 없는 대상이 스스로가 된다

내 방식대로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단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내 방식’이다

이미 여기서부터가 감정의 방향은

바깥이 아닌 나라는 좁은 테두리 안에서

맴돌고 고이고 멈추다 다시 돌지만

그뿐이다 우유가 치즈가 될 때까지

감정은 풍화와 부패를 거치다

형태의 기원을 상실하고

압축된 환상의 조각으로만 남는다


우리는 사라지고

우리 중 하나라 믿었던 나만 남아

그것도 과거가 아닌 해석된

기억조차 왜곡된 채

누구의 것도 아닌 이미지만

훼손되어 방치된다


여전히 소중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시간

남은 시간 역시 스스로만 끌어안다가

빈집의 먼지와 재가 되어

어둠 속에서 흩날릴 것이다


그런 미래를 감당하려고

아니 이미 감당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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