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선을 자주 긋다 보면
의심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가장
믿을 수 없는 대상이 스스로가 된다
내 방식대로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단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내 방식’이다
이미 여기서부터가 감정의 방향은
바깥이 아닌 나라는 좁은 테두리 안에서
맴돌고 고이고 멈추다 다시 돌지만
그뿐이다 우유가 치즈가 될 때까지
감정은 풍화와 부패를 거치다
형태의 기원을 상실하고
압축된 환상의 조각으로만 남는다
우리는 사라지고
우리 중 하나라 믿었던 나만 남아
그것도 과거가 아닌 해석된
기억조차 왜곡된 채
누구의 것도 아닌 이미지만
훼손되어 방치된다
여전히 소중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시간
남은 시간 역시 스스로만 끌어안다가
빈집의 먼지와 재가 되어
어둠 속에서 흩날릴 것이다
그런 미래를 감당하려고
아니 이미 감당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