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줄면 감각도 줄어
뺨이 좀 패이고 눈가가 어두워져
몽롱한 상태로 아침부터 걱정해
졸음에 겨워 비틀거리다 나무에 부딪쳐
두개골이 깨지지는 않을까
중요한 게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더 못생겨지면 곤란한데
심지어 점심에 약속까지 잡혔다면 더더욱
그리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
높은 감도의 긴장을 목도리처럼 두른 건 아니지만
다행히 잘 들리고 좀 더 말하고
마치 미리 저장된 에너지로 움직이는 듯 하지
그 에너지의 상태가 불건전하다면
스피커와 스피커가 만날 때의 파열음처럼
대화 중 갑자기 이상한 단어를 이야기한다거나
근육의 경련과 함께 돌발적 액션을 일으킨다거나
그럴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겠지만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지 하지만 글을 쓰면 또 모르는데
글은 에너지로 쓰는 게 아니더라고
글은 마치 최후의 한을 녹여 굳히고 말린 후 빻아서
가루로 뿌리는 것 같아 결과물은 고와 보일지 몰라도
과정은 조금 다른데 또 이걸 안 할 수 없지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에 도취된 행위라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빈도 측정이
어려울 정도로 불규칙적인 반복이
이뤄지는 걸 보면 중독과 도착倒錯에 가깝긴 한데
비가시적 시간과 정성 투자 대비
정서적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에 속하겠지
심지어 망해도 아무도 몰라
상품성이 없어서 매도매매가 단독으로 이뤄지고
분석 평가 목표가 등이 아무 의미가 없거든
낡고 닳은 무더기의 레고로 자기만의
작은 집을 조립하고 부수는 행위에 가까워
모래성 같은 것. 완성을 위해 쌓아 올리고 두드리며
형태를 갖추려는 게 아냐
(intermission)
이런 걸 적으려는 게 아니었는데
잠을 못 자서 이러는 게 아니라
잠을 못 잔 이유 때문에 이렇게 되었어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에요
정신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믿지만
행동이 작아지면 정신의 영토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알아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불안은
홀로그램으로 끝나지 않더라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부릅뜬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해와 배려 가득한 사람이 되려고
이를 악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는 것 같아
사라지면 다음은 나야
최후를 알면서도 지는 게임을 시작했어
처음부터 패배자였어
같이 패를 주고받으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게임이 끝나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