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울고 싶었지만 울지 않았던 시기

by Glenn

눈물을 적는다고 눈물이

문장에 마침표를 찍어주지는 않았다

울고 싶어서 울 것만 같아서

그런 상태라고 써도 비슷했다

그런 기분이 글자를 기어이

눈과 뇌를 거쳐 손톱까지 이른 건 사실이다

느낌이 출력물까지 고스란히

보존되지 않은 건 애석한 일이다


슬픈 걸 슬프다고 쓰면

별 거 아닌 것 같아서

힘든 걸 힘들다고 쓰면

견딜만한 것처럼 표현한 것 같아서

아픈 걸 아프다고 쓰면

말을 못 할 정도로 아픈 건

아닌 것 같아서 같아서 같아서


감정을 글로 옮기며 늘 스스로를 평가했다

당장 살과 뼈가 분쇄되고 터져버릴 정도로

그런 이미지를 조각칼로 나무판을 파내듯

실감 나고 고요하게 전달하고 싶었고

매번 긴 한숨과 함께 벼랑 끝에서 멈춰야 했다


거울처럼 그리고 싶었고

다시 읽었을 때 척척한 뺨의 촉감이

만져지길 바랬다 (‘바랐다’라고 쓰기 싫다)

먹먹한 막막함의 해구에서 건져 올린

단어들을 기워내 널어놓으며 언제든

다시 이 감정으로 돌아올 때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처럼 길을

더듬어야지 다짐하며 나의 빵조각은

들쥐와 지네와 두더지의 소화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는지 도망친 숲에서 저때의 길은

보이지 않았고 빵을 떼어 버린 기억만 있지

빵조각에 대한 가루 정도의 정보도

남아있지 않아 매번 한탄했다


그래서 매번

슬픔과 고통에 화상처럼 일그러질 때마다

늘 새로웠고 그래서 표현의 감각조차

마비되며 연필을 뾰족하게 다시 깎고

구겨진 종이를 펴고 임시 저장을 살펴야 했다

우울이 패션이 되는 걸 경계하면서도

병원 위치를 검색하면서도 끝내 가지 않는

게으름을 저주하면서도

이런 습관을 내버려 두었다

막을 힘이 없어서

지금처럼


지금도 울고 싶다

한때는 이걸 적는 게 너무 머뭇거려졌다

저능하고 미숙해 보일 것만 같아서

지금은 적는다 그렇게 보여도

상관없다기보다는

그게 진실에 가깝다는 걸

조금 더 받아들여서 그럴 것이다

울든 울지 않든 쓰든 안 쓰든

누구는 죽거나 병들고

나는 기다리고

나의 너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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