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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enn

‘세상’이 생각이 닿는

가장 큰 개념을 지닌 단어로 잠시 가정하면

세상에 알아서 죽어가는 것들이 그렇게 많은데

인간의 어떤 감정은 특정 이미지와 기억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아남을까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심리와 정신과 과학과 뇌를

평생 공부한 이들이 비슷한 답을 알고 있겠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충분히 듣지도 않았으면서)


어떤 노래들을 들을 때

너가 생각나

한두 곡이 아냐


내 플레이리스트가 수백수천 곡인데

너의 플레이가 멈춘 적이 없어

너가 자꾸 귀로 들어와

더 고혹적이고 우아하고 감미로운

표현이 있을 텐데

지금은 떠오르지 않네


하루에 한 번 정도 손바닥이 닿지 않아도

어떤 감정은 온기가 날아가지 않는구나

사진 구석이 닳지 않는구나

영상의 색감이 바라지지 않는구나

너는 거기 있어 여전히

모든 감각을 짓누르며


같이 있어

멈추지 않고

여전히

좋아하게 해


계속 우는 이야기만 쓰면 지겨운데

어떤 가사는 그렇게 만들어

같이 듣거나 부른 적도 없는데

환각과 허상에 빠졌다는 의심을 하기도 해

나는 하나에 빠진 게 아닌가 봐

그때의 우리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

돌려봤지 못하겠구나

체념한 지 아주 오래 지난 것 같아

시간의 끝과 언제 마주한다 해도

이 감정을 입고 있을 거야


우리의 물건과 소리만 넣을 수 있었던

다 채워지지 않는 상자를 가득 안고

어딘 가에 혼자 서서 기다리고 있어

아무도 없지만 다시 갈 일 없겠지만


어떤 곡들을 들으며 착각에 빠지곤 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너의 입술과 같은 컬러로 눈을 붉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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