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너를 좋아하는 나를 내가 다시
좋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그게 나에게 너를 덧씌워서
결국 너를 좋아하는 나를 통해
너가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긴다고 해도
그게 정신적인 공식으로는 효능감이 있거나
형식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해도
아니야 다르잖아 그게 어떻게 같아요
너는 너고 나는 나인데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봐도
뚫리는 건 거울이지 내가 아니잖아
보이지 않는 것을 아무리 조립해도
보이는 것들끼리 닿는 것과 달라
다른 세계야 그리고 원해 그걸
내게서 시작하는 것... 지칠 때도 있어요
알아요 알죠 안다고요 잘 너무 확실히
분명히 누구보다 저 잘 알고 있어요
내가 짜놓은 작은 관에 나 혼자 들어가
어깨를 움츠리고 뚜껑을 닫고
혼자 신세한탄 하고 있다는 거
그런데 아는데 나도 원하는 거
말할 수 있잖아요 나도 사람이고 싶어요
나도 그만 참는 척하고 싶고
늘 괜찮은 척하고 그만 척척 그만하고 싶기도 해요
나도 받고 싶어요 무작정 이유 없이
어느 대가도 치르지 않고
그냥 나라는 이유로 누가 마냥
한없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게
너무 쉽게 알아보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말랑거리고 포근하고 부드럽고 여유롭고
웃음이 멈추지 않는 그런 받는 행복 행복 행복
어른스러운 거 모르겠고 잘 못하겠고
그냥 받고 싶어요 주는 대로 모조리
좋아함을 받든 사랑을 받든 선물을 받든
목소리 촉감 움직임 눈에 보이고 들리는
어느 것이라도 직접 바로 알 수 있도록
받고 싶어요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고
아 몰라요 그냥 받고 싶어요 그게 다예요
하지만 그뿐이에요 발광은 여기까지
당신이 누군지 모르고 뭘 가졌는지 모르고
마음과 생각을 모르고 진심과 상황을 모르고
모르니까 내가 원...
(intermission)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표현은
범죄를 눈감아달라는 말과
같은 뜻일지도 몰라
잘못을 자각하고도
밀고 나간 적이 있었을까
밀고 나가며 잘못을
잘못이 아닌 수준으로
바꿔놓는다면
그때도
우린 아는 사이일까
주석을 생략하고
설명이 압축되는 글은
현실에서 출발했어도
픽션에 가까워져요
뒷걸음치는 그림자들을 느끼고 있어
과거는 과거에 두고 와달라며
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