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수도 있지
이제 와서 더 생각해서 뭐 하겠어
그런데 좋았던 것들이 더 좋게 해석되어야 했다는 걸
깨닫는 건 굉장히 드문 경험이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거나 번역할 수는 있어도
더 깊고 진한 애틋하고 미안하기도 한
감정을 덧입히는 건 전례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드물고 독보적인 경험이야
우연으로만 그걸 알 수 있거든
의도와 작정으로는 범접할 수 없어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인물들이 마주 보다가 툭 하고 이런 말을 해
그전까지 정말 감미롭고 진지하고
진심이 진정이 아니라면 차마 꺼내지지 않는
그런 교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나오는
나와야 하는 나올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고마워
가장 흔한 말만큼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가장 복잡하면서도
가장 뜨겁고
가장 눈물겨운
가장 많은 사진과 텍스트가 담겨 있고
가장 많은 대화가 담겨 있으면서도
가장 못다 한 말들이 담겨 있는 말은 없어
그리고 그게 "고마워" 였어
아 그래서 그때
우리가 서로에게
아니 너가 그렇게
평범한 말은
특별한 순간에도 빨리 지나가
더 자극적인 찰나들 사이에서
서둘러 희미해지기도 해
그런데 다시 생각나게 되었어
저건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구나
가벼운 인사나 익숙한 배려가 아닌
어쩌면 너무 많은 진실과
너무 못다 한 말이 담긴
긴 편지의 총합일 수도 있었겠구나
저 대사 하나 때문에
저 영화는 잊을 수 없게 되었어
저 한마디 때문에
그때의 대화가 다시 떠올랐어
한번
두 번
세 번
여러 번
얼마나 많이 다른 말을 찾았을까
얼마나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을까
한때는 내가 더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늘 내가 더 간절할 거라고
하지만 그건 겨우 내 작은
뇌 안의 소용돌이일 뿐이었지
모두가 자신의 지위에서 서로에게
자신의 전부를 전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
그걸 제대로 전달하려고 매번 고민했고
시도하거나 실패하거나 머뭇거리거나
어쩌면 방해받았을 수도 있지
고마워 다시 생각하고 있어
얼마나 어렵고 여리고 연약한 말이었는지
그만큼 어떤 말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순간이었는지
조금 더 알게 되었어
착각이라기엔 너무 절묘하고
이렇게 절묘하다면 착각일 수 없어
확인하고 싶지만 너무 많은 순간들이
폭설처럼 덮였고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때는 다시 오지 않으니까 같은 억양과
감정으로 말할 수도 들을 일도 오지 않겠지
(조금 늦었지만)
고마웠어
이런 내 생각이 틀리거나
아닐 수도 있겠지
아닐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