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것은
상황이 완료되길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아
아무리 기다린들 둘 다 불가능
하여 허공에 팔을 뻗어
먼지라도 잡을 듯 한 움큼 주먹을 쥐고
펼친 바닥에 희미한 아무거나 잡아서
지문 끝에 붙이고 타닥타다닥
여기 옮겨
화도 분노도 아닌
서운함에 대해 떠올리는 일
정의 의미 경험 해석 기억 대응
화는 대상을 파괴하고
분노는 대상을 불태우지만
서운함은 고요히 곱게 쌓이고
눈처럼 이불처럼 햇별처럼 낙엽처럼
화석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와 이때는 이런 게 있었네
이 감정은 대체 뭐지
서운함
미래의 고대감정박물관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상상하고
서운함은 퇴적되던 당시
저평가를 받았단다
하지만 이후 밝혀졌지
가장 진실에 근접했다는 걸
그땐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캐내어 흙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해석할 수 없었어
이유도 모르고 죽은
죄 없는 사람들이 많이 살던 어느 섬은
검고 구멍 난 돌이 가득해
그 돌이 처음에 뭐였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난 서운함이 처음에
어떤 물질로 이뤄졌는지 파헤친들
단단한 화석을 깨어 가루를 낸들
현미경 렌즈 안에서 겨우 깨닫는 건
완성되지 않은 감정
완료되지 않은 상황
모호한 것들로 여기까지 온 걸
한때는 기적처럼 여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이미 끝난 과거와
이제 끝날 지금 사이에서
한 번 닫히면 열리지 않을 문틈이
점점 좁아지고
사이에 서서
(몸이 잘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