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는 것들로 현재가 구성된다
어떤 실패는
오래 기억된다
모든 실패가
기억될 이유를 남기지만
어떤 실패는
유독
잔향이 짙다.
실패의 총합이
인생의 마지막 그림판이라 여기진 않지만
망각의 총합은 분명
그렇다고 여기는 편이다.
잊히는 것들로 현재가 구성된다고.
모른 척한다고 해서
잊히는 것은
자신 뿐이라고,
후회도 비난도 쓴웃음도
실패했다는 사실과
이를 기억해야 하는 현실보다
덜 중요하다.
우린 아니 나는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인 후에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고집하고 있을 것이다.
영영 고치지 못하고
영영 다스리지 못하며
영영 길들여지지 않는
그렇게 영영 미완의 조각으로
그렇게 영영 미완의 짐승으로
사람의 새끼로 나와
무리의 일부로 영위하다
누군가의 기억으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타인의 퇴적물로
끝내 가라앉지도 못하고
껍질과 껍질 사이에서
부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