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랗게 그려진 어느 노승의 얼굴이
국립중앙박물관 한쪽에 걸려 있었어요
유난히 검은 벽의 여백이 넓고 깊게 보였어요
왜 저렇게도 많은 자리를 내어주었나
죽은 사람 두 명은 뉘일 크기의 벽에
저 그림 하나 달랑 두었나
산 목숨보다 저 지친 표정의 가치가 높다 여기었나
누군가는 저 그림보다 낮은 대우를 받으며
그려지지도 못한 채 재와 연기가 될 텐데
전쟁의 포화 속에서
완전히 소멸된 예술품들 이야기 들을 때
다른 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생명을 잃어야 했던 이들이
떠오르기도 했었어요
애초 낡은 그림과 금 간 그릇이
소중하지 않았더라면
잃어버려도 부서뜨려도
잊어버려도 그만 그만이었을 텐데
소중하다고 정해 놓은 것들은
늘 고통을 예비해둬야 합니다
이름 모를 노승을 미워한 건 아니에요
그림 걸린 자리가 내 자리도 아니고
영원히 기억되고 있는
무명의 운명에 대한
소소한 질투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