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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ing message

by 백승권

견딜 수 없는 쓸쓸함을 견디다

쓰러지고 쓰러지고 쓰러지고

쓰러지다 잠시 움찔거리고

바닥에 붙은 왼쪽 뺨을 떼고

구겨진 머리를 만지고

귓가와 목덜미를 쓸어 먼지를 덜어내고

기운 어깨로 잠시 앉아 아니

휠 것 같은 등을 좀 더 세우기 위해

한쪽 팔을 뻗어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고개를 잠시 숙여 어지러움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 더 깊이 심호흡을 해

제대로 쉬어질 리 없어 안이 너무 자욱해서

뭐가 녹아내렸는지 밖으로 무엇이 나오는지

욱욱 알 수가 없어 알고 싶지 않아 어차피

더 어지럽히겠지, 일어나야 하는데

물을 마시고 싶어 벽에 기대서라도 일어나

그래야 하는데 팔다리가 뒤엉킨 것 같아

내 몸 중 내 것이 없어 너무 무겁고 짓눌리고

대체 언제까지... 아니, 아니, 아무도

듣지 않는다. 심지어 나조차도

맨 정신으로 또각또각 이걸 쓰고 있다고

어제가 더 어제가 더 어제가 기다렸던

어제가 돌아오지 않겠지 꿈에서조차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거절당한 소원과

소모적인 오해와 뭔가를 앓고 있지만

아직 괜찮다는 착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아무리 망상과 환상으로 바닥과 벽을 세워도

묶여 있어 물에 잠겨 어둠 보다 진한 어둠 속에서

소리도 없이 아무도 없이 차갑고 느리게

잉크가 없는 펜 끝으로 살갗을 파내어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주세요

견딜 수 없는 적막함을 견디다

다시 쓰고 다시 쓰고 다시 적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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