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를 거친 믿음은
언제까지 유효한가요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면
믿음을 파악하지 말고
섬기고 따라야 하나요
믿음을 고이 간직하고 있지만
믿음을 자주 표현하지 않았는데
믿음의 존재 여부를 의심받고
불안하다면 잘못은 무엇인가요
어디인가요 고칠 수 있나요
미친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자주
그런데 어떻게 안 기다려
기다리지 않으면 아무 생각 없으면
텅 비어 있으면 차라리 지금과 다르겠지
그걸 어떻게 모르겠어요
(혼자 중얼거리는)
영화 대사 같은 독백은
현실에선 죄다 아무도 읽지 않는
회의록 같은 것
쓴 사람만 쓰고 읽고
파일 정리할 땐 가장 먼저
삭제되는 것
이런 회오리 속에서는 멀미가 나요
내가 운전석에 앉은 게 아니라서
가속과 브레이크가 너무 자주 밟혀
끝없는 비포장에 방지턱만 수억 개
트렁크에 실려 있어서 모르는 것 같아
난 늘 짐 같은 존재 아니었을까
느리게 움직이게 하고
괜히 공간만 차지하고 있고
기름값만 더 들고 늘 대안이 있는
덜컹거리고 멋대가리 없는
밖에서 문을 안 열어주면 나올 수 없는
(뒷좌석이 있지만 그건 좀)
배운 적은 없지만 우리가
탱고를 추고 있다면 좋을 텐데
스텝이 엉켜야 그제야 시작되는
전 소심하니 구두가 될게요
의상이 될게요 화장품이 될게요
사람이 아닌 그림자가 될게요
빛 앞에 설 수 없고 밤 속에 숨어 다니는
믿음은 정말 어려운 일
스님과 수녀처럼 느껴지는 일
수십 년 넘도록 두 눈으로
만져지지 않아서 아주 오래전부터
교회도 기피하는데
순간을 믿는다는 게 이토록
난감한 과정이었다니
자기 세뇌와 중독과
기억과 각인의 인질이 되어
되돌아갈 수 없다니
실험체가 된 것 같아
뇌의 일부가 제거된
감정 표현은 하는데
스스로 설명을 할 수 없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