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아도
보인다는 감각에 기대에
상상을 안구삼아
기억을 믿으며
침묵이라는 극장에 앉아
공연할 때마다 바뀌는 대사와 동선
편집과 다음 장면, 공간과 날씨,
반응과 느낌, 끝맛
촉감까지 곁에 있는 듯
믿고 싶어 해, 믿어야만 이미 존재했다는 걸
인식할 수 있으니까 이마저도 없으면
모두 되감기 되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테니까
감정만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우리는 세상의 유일한 개체지만
그중에 나는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닌데
이런 관념에 사로잡히면 좋을 게 없어
가장 낮은 가능성만으로도 숨을 쉴 수 있어야 해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빠지겠지만
생일 이어가야 해
그게 연결이야
그게 희망이야
그게 전부야
그래야 우리가 우리일 수 있어, 끝까지
모두 살아남아야 우리니까
우리 중 일부가 소멸되면 더 이상
우리는 우리가 아니겠지
다른 우리일 수 있더라도
그때의 우리는 아니겠지
불안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겠지
하지만 불안과 같이 지낼 수는 있어
어쩌면 불안과 농담을 나눌 수도 있겠지
그러다 불안에 삼켜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불안의 위장과 송곳니 사이에서
다시 빠져나와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달래면 될 거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