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

김고은, 전도연 주연. 자백의 대가

by Glenn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 자는

이유 없이 죽은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에 의해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남은 사람은 사랑하는 만큼

고통에 울부짖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죽음으로 속죄하려

발악하다 깨닫는다


죽을 때 죽더라도

죽이고 죽겠다고


가해자와 가해자를

존재하게 한 자들에게

고요히 다가간다


세상의 약하고 어려운 자들에게

한 시절을 다 바쳐 쏟아부었던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가해자의 존재와 기원을 거칠게 삭제한다


독을 탄 음식을 먹인 후

내장이 뒤틀려 몸부림치고

사지를 벌벌 떨며

남은 생명력이 소멸하는 모습을

무표정으로 지켜본다

가만히 천천히 음미하듯


절박한 자를 사주해 숨통을 끊거나

과거의 동조자가 목을 매어

눈앞에서 죽어가도 그저 바라만 볼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을 각오한 자는

타인의 죽음을 감행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엔 자신의 죽음마저

스스로 실행하며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세상의 양극단은 왜 결국 닿아있을까

거리에 버려져 죽어가던 자를

기어이 살려내 곁에 두던 자가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죽고 사라지자

그렇게 만든 자들을

살인마의 껍질을 뒤집어 쓴 것처럼

죽여 없앨 수 있나


쉽게 죽은 자들이 없어서

모두 어렵게 죽여야 했다


복수만큼 인과관계가 명확한

해결방식이 없어서

복수는 선택이 아닌 즉각적인 반응,

반사 작용과 본능에 가까웠다


보고 싶은 자들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없어서

보고 싶은 자들이 있을 것 같은 곳으로

따라가는 게 더 낫다고 여겼다


삶에 미련이 없을 수 없지만

삶이 미련의 전제조건이라면

삶을 빼앗긴 이상 미련 역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간 이들을 만났을까

그때 답장 못 해서 미안하다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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