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죽이고 싶을 때
대상이 나로 귀결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려요
누구와 나 사이에는
수많은 저울질이 있었어
인물이 아닌 사건의 형태
오래 미뤄둔 일에 대한 감정 정산
실물이 아닌 환상의 레이어라는 착시
자욱한 뇌를 휘젓고
흐릿한 눈을 씻어도
고장 난 손은 떨리고
미리 정하지 않기로 한 계획과
애초 아무 생각 없는 게으름의
차이를 혼자 알고 있다는 망상
더 솔직해지면 표준어를 쓸 수 없어
더 솔직해지면 맞춤법을 지킬 수 없어
더 솔직해지면 뉴스에 나와야 해요
부러워하는 능력은 없어도
타인의 숫자들은 늘 들리고
근거 없는 인정 욕구는 높아도
상식과 기준의 측정은 늘 서툴고
짐승과의 싸움은 이제 안 한다지만
셀프 전기의자는 늘 불타오르고
행복의 프레임으로 안경테를 갈아 끼우려 해도
불행하지 않은 척 메서드 연기를
펼치기엔 무대 위는 여전히 무섭고
아른거리는 이미지가
실물인 적 없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희망은 이미 날개를 접었나'
수많은 우리 편이 멀리서 나를 구하려고
수많은 말을 타고 천지를 울리며 달려오는 모습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담은 투명한 갈색 텀블러의
진동으로 느꼈으면 좋겠어
아니, 단 한 명이라도
강한 척한 적도 없고
괜찮은 척한 적도 없지만
요즘은 뻔뻔한 피부로
어디에 기대로 싶어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사람 많은 곳이 다 별로야
어쩌면 부유한 고민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낙화*는 경제력 순이 아니야
*자우림이 1999년 발표한 동명 곡 참고
**자우림이 1999년 발표한 곡의 가사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