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by Glenn

아마도 오랫동안 길을 잃다가

우연히 새로운 퀘스트에 잠시 진입하게 되어서

지금과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커피 마실 곳을 찾고 있었다

45분 정도 시간이 있었고


뚜벅뚜벅 걷다가

공간의 새로운 이름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향하다가


익숙한 브랜드 이름과

낯선 통로를 발견했다


호텔 같이 카드키가 없어도 될까

VIP 멤버십을 확인하거나

지난달 구매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면

입장이 거부당할 텐데


패션 매장은 스킵하고

가장 궁금한 건 카페였다

처음부터 찾은 건

르 카페 루이비통이 아니라

아메리카노였으니까


4층에서 열린 문 앞에는

신세계 안의 신세계가 있었다

오늘따라 눈앞이 흐릿해서인지

더 몽환적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홈페이지에서 이미지로만 들여다봤던

것들의 실물이 전부 있었다.

펜, 다이어리, 여행가이드,

체스판, 테이블웨어 등


아니 그래서 카페는 대체...

키가 2.4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검은 옷의 남성 직원이

방향을 알려주었고


안내를 받고 입장 후

잠시 마시고 나왔다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없는 시간 속에서 헤매다가

여기에 이른 것이기도 했으니까


레스토랑(제이피 앳 루이 비통)을 잠시 가보려다

... 아니 잠시만 르 카페에 가기 전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에서

수연과 도로시를 위한 초콜릿을 샀다

수년 동안 해외 직구만 망설였었는데

다크는 도로시가 어려울 수 있어서 밀크를 샀다


다시 르 카페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테이블웨어가 모두 같은 브랜드라는 점이

깊은 인상으로 침투한다

이런 럭셔리 공간 전체가 우리집이면 좋겠다...

이런 판타지보다는 루이비통 월드가 여기까지

경험이 가능했구나. 옷장 안에 가방 한 두 개,

자신과 타인을 위한 선물용으로 지갑 정도의

구매나 제품 소유의 차원이 아닌 (식상한 키워드지만)

입체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각인된다는 것

물건은 낡고 영수증은 잊어버려도 느낌은 남는다

브랜드 설계자들 역시 오래 남겨질 것들에 대해

고민한 것 같았다

좋은 것들의 다양한 진열을 넘어

개인의 각인 영역으로 진입한 후

들어온 문을 잠그는 것

이런 유추는 나갈 곳을 찾다가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전시를 안내받으며

헤매다 보면 다시 꿈속의 꿈에 들어가는 듯한

긍정적인 혼돈과 함께 확신에 이른다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을

자신들만의 역사로 만든 브랜드에게

보여줄 것과 하고 싶은 말은

얼마나 많을까


과거의 트렁크에 담겨 옮겨졌던 것들

스케치 도면과 연장들,

갤러리 벽면을 채운 연장들을 보며

날것의 금속과 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살렸다면

역사에 깃든 장인정신과 (수공예적) 정통성이

좀 더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조금 했다


로봇팔에 매달려 덜렁거리는 가방들이

황량했지만 재밌었고


모노그램이 가득한 튜브와

펫 전용 수납케이스까지 본 후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작정하고 다시 온다면

오늘의 느낌과 많이 다를 것이다

교통사고와 스턴트의 차이처럼


럭셔리에게 허용된 틈이 그렇듯

바이럴이 빈번해지고

방문객이 많아진다면

경험은 하향평준화될 것이다


숫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바닥이겠지만


참고로 에르메스 매장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로 안내하는

엘리베이터를 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과거의 지문이

오늘의 터치에 이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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