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방향이 되고
의지를 일으켜 데려갈 거라는
판타지는 매혹적이다
근거가 없어서 대책도 없는
절망과 좌절보다 더
하지만 언젠가부터
명확하게 정의되는 것들에 대한
의구심을 감출 수 없어
남들에게 설명하긴 편하지만
나의 언어가 아니라서 입에 붙지 않고
심지어 진심도 아니라서 그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본 것처럼 쓰는 기분
그런 기분으로 산다면
내가 아니라 남의 삶이겠지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는
애초 앞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
내가 가려는 방향이 흐릿한 이유는
누구도 그렇게 가지 않았기 때문
내가 하려는 방식을 구구절절 말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
새로운 날들에도
사랑해야 하는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언어로 정의되는 순간
네트워크와 공기 중으로 퍼지는 순간
더 이상 내 것이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단어와 문장이 아니며 차라리
하나의 시대로 답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지나온 것들과 누리는 것들이
대가를 치른 것들과 견딘 것들이
각자의 고유한 형상을 유지한 채
융합된 결과로 도출되어
나의 일부가 될 것이다
결국 그때의 내가
지금의 결론이 될 것이다
설명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없던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듯
사랑해야 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
다시 한 해 동안
책임져야 할 주제 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