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by Glenn

귀가가 늦었다.

처음 가는 동네에서 약속이 있었고

돌아오는 버스를 반대로 탔다.

점점 더 낯선 지명이 들려서

중간에 내렸다.

네이버지도 대로 탔는데...

마음이 급하진 않았다.

택시를 타려니 버스비의 16배 정도 나와서 관뒀다.

아마 더 추웠으면 탔을 것이다.

이번 주 내내 점심저녁 약속이 많다.

모두 말을 많이 했다.

오늘은 지인의 회사를 잠시 들렀다.

섬세한 공간 구조와 오브제 배치가 편집매장 같았다.

이케아 매장에서 본 룸 같기도 했다.

다양한 소재의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탁월한 지성과 필력에 매료되는 편이다.

이번 주 약속 잡은 지인들이 특히 그랬다.

이들은 심지어 잘 들어주는 희귀한 재능도 갖췄다.

상대의 대화를 가로채지 않는다.

며칠 전엔 재킷을 오늘은 수도사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종을 선물 받았다.

내게 굿뉴스를 기원한다며.

이러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반대로 타다

새벽에 집에 떨어졌다.

많은 말들 중 생각보다 먼저 나간

단어들이 있었는지 점검해 본다.

기억나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해 늘 떠올린다.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만 해석되어도 될 정도가 아닌지

침묵과 고요를 살피고 의심한다.

어떤 것은 오랫동안 오지 않는다.

체념은 소용없는 일

잊지는 않겠지만

잊히더라도 대안이 없다.


인턴이 대표를 애완견처럼 다루는 영화를 봤다.

길들여진 것에 완전히 숙련된 사람은 결국

원본의 감정과 반응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려 한다.

나는 길들여졌나. 돌아갈 지점이 있나.

본능이 현실자각과 격돌할 때가 있나.

결핍이 없는 자는 없다.

물론 이게 내 결핍을 정당화하지는 않지만.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4화사랑=고기 & 빈티지 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