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넘치다 보면 이전에는
넘친 것들까지 주워 담으려 애쓰고
그것이 맞다고 여기고 지금도
그렇게 여기기도 하지만
가만히 있게 되기도 한다
넘친 생각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기존의 잔을 깨고 튼튼하고 커다란
새로운 잔으로 바꿔주지 않을 거라고
아니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조용한 확증에 이르렀기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다
아마
침묵과 정체, 멈춤과 체념이
그저 퇴행성 반응과 대응이 아니라는 걸
무수히 쌓여가는 무의식 중에
넌지시 학습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과 공포와 긴장과 두려움이
어떤 진보적 변화의 땔감이 될 거라는 위안은
그저 위안일 뿐이었다는 것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 출처를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찾아갈 용기라는 게 있기나 한지
저절로 뭔가가 어쩌다 될 거라는
막연하고 허망한 기대는 아니다
이런 과대망상에서 허우적거리기엔
서툴게나마 익숙해진
생존의 매뉴얼들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나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실현 가능한 기적은 무엇인가
결국 정의될 것이다
포기한 것들에 의해